미국 기업들이 대규모로 자사주를 매입하고 있어 올해 매입액이 1조 10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견고한 실적과 세금 감면으로 자금 여력이 늘어난 기업들이 관세 정책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미래 투자를 연기하면서 잉여 현금을 자사주 매입에 사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자산운용사 버리니 어소시에이츠의 자료를 인용해 올해 들어 지금까지 미국 기업들이 발표한 자사주 매입액이 9836억 달러로, 1982년 관련 기록 집계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고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올해 연말까지는 자사주 매입액이 1조1000억 달러를 넘어설 전망으로, 이 또한 역대 최대치로 예상된다.
자사주 매입은 애플과 알파벳 등 IT 대기업과 JP모건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등 대형 금융사들이 주도하고 있다. 애플은 지난 5월 미국 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기업 비용이 수백만 달러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하면서 최대 1000억 달러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겠다고 밝혔다. 7월에 발표된 분기 실적에 따르면 애플은 363억 달러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도 올해 초 700억 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을 발표했으며 약 210억 달러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보고됐다. 미국 최대 은행 JP모건은 7월에 500억 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발표했으며, BofA는 400억 달러, 모건스탠리는 200억 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각각 승인했다.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을 많이 하는 것은 실적이 좋아졌고 세금 감면으로 현금 보유량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무역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으로 투자 계획이 지연되면서 자사주 매입이 현금 활용의 ‘매력적인 선택지’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자사주 매입을 미국 소비자들의 소비 여력이 건재하다는 신호로 해석했다. 빌 피츠패트릭 로건 캐피털 매니지먼트 운용이사는 “기업의 자사주 매입은 현재 소비자들의 재정 상태가 상당히 양호하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이는 전체 시장에 좋은 징조”라고 말했다.
반면, 기업들이 설비 투자나 배당금 지급과 같은 장기적 계획 대신 자사주 매입을 선호하는 것은 미국의 무역 전쟁이 장기적으로 기업 성장에 부담을 줄 수 있음을 예상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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