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한미 연합군사훈련 ‘을지 자유의 방패(UFS)’ 실시에 대해 비방하고 조건부 군사 대응까지 위협하고 나섰다. 11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노광철 북한 국방상은 “계선을 넘어서는 그 어떤 도발 행위에 대해서도 자위권 차원의 주권적 권리를 엄격히 행사할 것”이라고 협박했다. UFS는 해마다 열리는 방어 성격의 훈련이다. 게다가 우리 정부는 당초 계획된 야외 기동훈련을 20여 건이나 9월로 늦추는 유화 조치를 내놓았는데 되레 북한의 망발만 자초한 셈이 됐다.
미국의 주한미군 역할 조정 움직임에는 거침이 없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8일 기자회견에서 “중요한 것은 ‘숫자’가 아니라 ‘능력’”이라며 주한미군의 재배치와 감축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는 브런슨 사령관이 올 4월 미 상원 청문회에서 밝힌 주한미군 병력 감축에 대한 부정적 입장에서 크게 달라진 것이다. 대북 억제 역할을 맡았던 주한미군이 언제든지 나라 밖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전략적 유연성’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953년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체결된 후 72년간 유지돼왔던 주한미군의 대북 억제 체제가 흔들린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속수무책이다. 오히려 우리의 군 병력은 7월 현재 45만 명으로 최근 6년 사이 11만 명 줄었고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을 계기로 러시아와 밀착해 핵·미사일에 이어 재래식무기도 고도화하고 있다. 중국의 대만 공격 우려가 높아지면서 동아시아가 우크라이나와 같은 화약고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달 25일쯤 열릴 한미 정상회담에서 주한미군의 역할 조정으로 대북 억지력이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중국 견제 등에 집중하기 위해 유럽·아시아 동맹국들의 안보 부담을 늘리려는 미국의 전략에 일정 부분 부응할 필요가 있다. 또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담화를 계기로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서울 패싱’이 없도록 한미 동맹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블록화하고 있는 세계 정세에 대응해 누구도 넘볼 수 없도록 자강(自强) 능력을 키우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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