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폭염과 집중호우가 이어진 올여름, 건물 외벽 온도를 최대 16.4℃ 낮춘 ‘슈퍼그린 수직정원’의 효과가 현장 실험에서 입증됐다. 한국환경디자인연구소 (KED LAB)가 지난 7월 29일부터 31일까지 수도권 3개 단지를 대상으로 측정한 결과, 씨엠아이(주)가 개발한 수직정원 설치 구간은 일반 외벽보다 한낮 표면 온도가 현저히 낮은 것이 확인되었다.
다산포레스트2단지에서는 지난 7월 30일 낮 12시 30분, 일반 외벽 표면 온도가 46.8℃였지만 수직정원 설치 구간은 30.4℃에 머물러 16.4℃의 온도 차이를 기록했다. 이외에도 동탄2신동포레 경기행복주택에서는 15.7℃의 온도 차를 보였으며, 다산역 자연앤푸르지오에서는 오후 2시 30분 기준 최대 17.1℃의 온도 차이가 측정됐다. 연구소 측은 “폭염 시에도 수직정원 구간 온도가 30℃ 초반에 머문 것은 식물, 구조물, 그리고 스마트 관리 기술이 유기적으로 작동한 결과”라고 밝혔다.
슈퍼그린 수직정원의 온도 저감 능력은 다음의 네 가지의 작용으로 이뤄진다.
첫째, 증산작용으로 식물이 주변 열을 흡수해 자연 냉각 효과를 낸다.
둘째, 복사열 차단을 통해 태양 에너지가 외벽에 직접 닿는 것을 방지한다.
셋째, 빗물 저장·순환 냉각 시스템이 폭염 시 외벽과 식물을 식히고, 집중호우 때는 하수도 부하를 줄인다.
넷째, SGIS(환경연동 스마트관리시스템)가 온습도, 광량, 이산화탄소, 수분 상태를 실시간 감지하여 자동으로 관수·환기·조명을 제어한다. 이 덕분에 기후 변화와 시간대에 관계없이 안정적인 냉각 성능을 유지할 수 있다.
폭염 완화뿐만 아니라, 슈퍼그린 수직정원의 빗물 활용 기능은 폭염과 홍수를 동시에 대응할 수 있는 핵심 요소이기도 하다. 저장된 빗물은 여름철 냉각수로 쓰이며, 장마철에는 일시적으로 물을 머금어 도시 침수 피해를 줄인다. 이러한 설계는 폭염과 집중호우라는 상반된 기후 재난에 모두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표적인 기후변화 대응 기술로 평가된다.
최근 폭염은 에너지 사용량을 급증시키고 온열질환을 늘리고 있으며, 갑작스러운 폭우는 하수도 역류와 침수를 불러온다. 올여름만 해도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자가 3천 명을 넘었고, 연이은 폭우로 1만 3천여 명이 대피하는 피해가 발생했다. 이러한 기후 위기 시대에, 빗물 기반의 냉각·저류 시스템을 갖춘 수직정원은 도시의 회복력을 높이는 핵심 해법이 된다.
경기주택도시공사는 일부 공공임대아파트 단지와 주거단지에 수직정원을 설치해 관리 중이며, 이번 효과를 확인한 이후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공사 관계자는 “폭염 완화, 홍수 위험 경감, 미세먼지 저감, 경관 개선 등 다양한 효과를 동시에 누릴 수 있는 점에서 가치가 크다”고 전했다.
씨엠아이(주) 관계자는 “슈퍼그린 수직정원은 단순히 도시 외벽을 장식하는 녹지가 아니라, 빗물과 식물을 이용해 시민 안전과 환경 회복력을 높이는 복합형 기후 대응 인프라”라며 “정책적 지원이 더해진다면 폭염 완화·재해 예방·환경개선을 함께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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