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방 건설 경기 부양을 위해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 기준을 대폭 완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새 정부 들어 지출 구조조정 등 재정 허리띠를 졸라매는 상황에서 이번 조치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 선심성 SOC 사업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국가재정법상 현행 ‘총사업비 500억 원, 국가 재정지원 300억 원 이상’인 예타 대상 기준을 ‘총사업비 1000억 원, 재정지원 500억 원 이상’으로 변경해 지역 SOC 사업의 신속한 추진을 지원하기로 했다. 예타 절차를 간소화해 최근 건설 경기 침체와 공사비 상승으로 공공 공사가 유찰되거나 지연되는 상황을 막는다는 목표다. SOC 사업 예타 대상 기준 금액이 바뀌는 것은 1999년 제도 도입 이후 26년 만에 처음이다. 아울러 정부는 내년 상반기까지 예타 평가항목을 지방 우대 방식으로 개편해 전략적 투자를 유도할 방침이다.
하지만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예타는 사업의 경제성을 검증하는 장치인데 이번 기준 완화로 선심성·정치적 SOC 사업들이 늘어날 수 있어서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방자치단체나 정치권의 요구가 공공 사업에 쉽게 반영될 수 있는 구조라는 얘기다.
당장 과거 예타에서 탈락한 사업들이 검증 없이 재추진될 수 있다. 기재부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까지 예타가 완료된 SOC 사업 50건 중 사업비가 500억 원 이상 1000억 원 미만인 사업은 4건이다. 이 가운데 서산 군비행장 민항시설 설치(509억 원)와 연구개발(R&D) 비즈니스밸리 연결도로 개설(923억 원) 사업은 예타를 통과하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대규모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국정과제 재원을 마련하는 상황에서 예타 기준 완화는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지역 경제 활성화에 방점을 둔 것”이라며 “법 개정 과정에서 우려 사항들도 다각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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