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가 구속 이틀 만인 14일 진행된 첫 특검 조사에서 명태균 씨 관련 선거·공천 개입 등 핵심 혐의 대부분에 진술거부권을 행사했다. 특검은 18일 김 여사를 추가로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다.
김건희 특별검사팀(특별검사 민중기) 문홍주 특검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피의자(김 여사)가 대부분의 혐의에 대해 진술거부권을 행사했다”며 “준비한 질문 중 공천 개입 관련 여론조사 부분만 마친 뒤 조사가 중단됐다”고 밝혔다.
김 여사와 윤석열 전 대통령은 2022년 대선 당시 명 씨에게 여론조사 결과를 58차례에 걸쳐 무상으로 제공 받은 대가로 그해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이 공천받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를 받는다.
이날 조사는 오전 9시 56분께 시작해 11시 27분까지 진행된 뒤 오후 1시 32분께 재개해 2시 10분께 종료됐다. 쉬는 시간을 뺀 실제 조사 시간은 약 2시간 10분에 그쳤다. 조사에는 12일 김 여사가 특검에 구속되기 전 피의자 심문에 참석했던 한문혁 부장검사를 비롯해 각 혐의별 담당 검사들이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최지우·유정화·채명성 변호사 등 변호인단 전원이 동석했다. 특검팀은 부당 선거 개입과 공천 개입 의혹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했지만 김 여사는 혐의 관련 심문에 답하지 않고 구속 이후 자신의 소회만 간단히 밝혔다고 한다.
특검팀은 18일 김 여사를 다시 소환해 추가 조사할 계획이다. 이때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당시 김 여사가 착용한 반클리프아펠 목걸이의 대가성 여부가 집중적으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11일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이 김 여사에게 목걸이 등을 전달했다고 밝힌 자수서를 제출받았다. 이에 관해 김 여사 측은 “구속 사안과 무관한 별건”이라며 사실관계 확인과 법리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추가 조사에서도 김 여사는 진술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커 양측의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검팀은 김 여사를 구속 상태에서 법정 한도인 20일간 조사할 수 있지만 김 여사의 진술 거부가 계속된다면 수사에 난항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에 따라 구속영장에 적시된 혐의 외에도 서희건설 금품 수수 의혹과 대통령 관저·집무실 이전 관련 부당 개입 의혹 등으로 수사 범위를 넓혀 김 여사를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이날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김 여사의 계좌를 관리한 것으로 지목된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를 구치소에서 소환 조사했다. 또 김 여사의 ‘집사’로 불리는 김예성 씨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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