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및 청년기에 사회적 고립을 겪으면 뇌의 감각처리 네트워크에 심각한 손상을 입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반대로 다양한 감각 자극과 활발한 사회적 상호작용을 경험하면 뇌기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서울병원은 이정희 영상의학과 교수와 정성권 생리의학교실 교수가 한국뇌연구원 및 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단지와 공동 연구를 통해 이같은 연구 결과를 얻었다고 15일 밝혔다.
연구팀은 생후 4주부터 11주까지 수컷 생쥐를 두 그룹으로 나눠 터널, 회전 바퀴, 둥지 등 물리적 자극 등이 풍부한 환경과 외부 자극 없이 단독 사육되는 사회적 고립 환경에서 각각 사육했다. 이후 앞발, 수염, 시각, 후각 등 다양한 감각 자극을 순차적으로 가하면서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을 촬영하고 각 자극이 뇌 전체에 미치는 영향과 감각통합 반응을 정량적·공간적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교류와 자극이 풍부한 환경에서 자란 생쥐는 고차원적인 시각과 촉각 처리 능력이 향상됐고, 뇌의 기능적 네트워크 분리도(segregation)가 유지됐다. 감각-운동 통합 기능도 강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사회적 고립 환경에서 사육된 생쥐에서는 뇌 전체에서 기능적 연결성 저하와 네트워크 혼재가 관찰됐고 네트워크 분리도가 감소됐다. 아울러 비정상적인 과활성과 함께 후각 인식 기능도 저하됐다.
연구팀은 휴지기 뇌 연결성 분석, 행동 실험을 수행하고 뇌세포가 활성화될 때 발현되는 c-fos 단백질의 발현 여부를 분석한 결과 감각 자극과 사회적 상호작용이 뇌 발달의 필수적인 요소이며, 결정적 발달 시기에 노출된 환경이 감각 기능 뿐 아니라 전반적인 뇌 연결성과 네트워크 통합 기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입증했다.
이정희 교수는 “다중감각 자극에 대한 뇌의 감각통합 반응을 fMRI 기술로 분석한 세계 최초의 사례"라며 "향후 우울증, 불안, 자폐스펙트럼 장애 등 다양한 정신건강 질환의 치료 방향을 새롭게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또 “청소년기의 사회적 고립이 뇌에 미치는 위험성과 함께 감각 기반 중재법 및 후각 시스템을 활용한 새로운 바이오마커의 가능성을 제시함으로써 정신질환의 예방 및 치료 전략에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성권 교수는 "환경은 다양한 감각 자극과 사회적 교류가 공존하는 복합적 체계"라며 "이런 환경이 뇌 발달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임을 이번 연구가 실증적으로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중견연구자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최근호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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