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먹는 캡슐 커피, 점심에 먹는 햇반, 저녁에 프라이팬에 볶아 먹는 ‘집밥’이 모두 제2형 당뇨병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겉보기엔 평범한 식탁이지만, 이 과정 곳곳에 ‘영구 화학물질(PFAS)’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PFAS는 얼룩과 열, 기름, 물에 강한 특성 덕분에 생활 속 편리함을 주지만, 최근 연구에서는 체내 축적 시 제2형 당뇨병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결과가 제시됐다.
17일 국제 의학 학술지 ‘e바이오메디신(eBioMedicine)’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미국 뉴욕 마운트 시나이 아이칸 의과대학 연구진은 PFAS와 인체 건강의 상관성을 분석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마운트 시나이 병원 진료 환자 7만여 명의 전자 건강기록 데이터베이스 ‘BioMe’를 활용했다. 이 가운데 새롭게 제2형 당뇨병 진단을 받은 180명을 추출하고, 연령·성별·혈통이 비슷한 비당뇨군 180명과 비교했다.
혈액 샘플 분석 결과, PFAS 수치가 높을수록 추후 제2형 당뇨병 발병 가능성이 확연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노출 수준이 높아질 때마다 위험이 약 31% 상승한다면서, PFAS가 인슐린 민감성 등 대사 조절 체계를 교란하기 때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샬 미디아 마운트 시나이 의대 환경의학과 조교수는 “PFAS는 열·기름·물·얼룩에 강한 합성 화학물질로, 분해되지 않고 환경과 인체에 축적된다”며 “이번 연구는 다양한 인종과 배경을 가진 미국 인구 집단에서 PFAS가 당뇨병 위험을 높이는 기전을 확인한 최초 사례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수석 저자인 다마스키니 발비 공중보건·환경의학과 부교수는 “이 연구는 조기 예방 전략 수립에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며 “환경 화학물질 노출과 함께 유전적·임상적·생활습관적 요인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이어 “PFAS가 비만, 간 질환, 당뇨병 등 다양한 만성질환 위험 인자라는 기존 연구들과도 맥이 닿아 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이 화학물질이 일상적인 주방 도구에서 광범위하게 발견된다는 점이다. 2020년 미국 환경단체 ‘에콜로지 센터’ 조사에서는 시판 논스틱(음식이 달라붙지 않게 코팅한) 조리 팬의 79%, 베이킹 팬의 20%가 PFAS 성분인 PTFE 코팅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플라스틱 보관 용기 또한 예외가 아니다. 전자레인지 가열이나 냉동 보관 과정에서 PFAS뿐 아니라 BPA, 프탈레이트, 미세플라스틱까지 음식으로 스며들 수 있다.
플라스틱·알루미늄 커피 포드 역시 추출 시 미세플라스틱과 금속 성분을 음료에 방출한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됐다. 이외에도 플라스틱 도마, 고온 조리 도구, 심지어 종이 빨대에서도 PFAS가 검출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유리·금속 보관 용기, 무독성 조리기구, 스테인리스 필터 등을 활용해 노출을 최소화할 것을 권고한다. 연구진은 “PFAS는 한 번 노출되면 몸속에 축적되기 때문에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며 “이 화학물질의 위험성을 널리 알리고 개인과 사회 차원에서 노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시급하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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