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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장학금 12년…'교육비 경감'에서 '사회적 투자'로 진화

보건사회연구원, 학자금 성과지표 보고서 공개

학자금 지원…인적자본 축적으로 국가경쟁력↑

사회적투자수익률(SROI) 기반 모델 도입해야





학자금 지원 정책의 사회적 투자 가치 제고를 위해서는 성과평과 체계를 ‘투입·산출’에서 ‘결과’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8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내놓은 ‘사회적투자 성과지표 개발 연구: 청년 학자금지원 정책을 중심으로’ 보고서에 따르면 기존 투입·산출 중심 지표만으로는 학자금 정책이 만들어내는 사회·경제적 성과를 충분히 반영하기 어려운 구조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2007년 ‘국가재정법’ 시행 후 성과 중심의 재정 운용이 법제화되면서 정부는 사업별 성과 평가를 통해 예산 배분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지만 학자금 정책과 같은 복지 사업은 사각지대가 크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보고서는 “복지사업은 경제적 편익이 단기적으로 드러나지 않으며 사회적 형평성과 공동체 유지라는 비경제적 가치를 지니는 경우가 많아 현재의 경제 중심 평가체계로는 그 가치를 온전히 반영하기 어렵다”며 “이에 따라 복지사업의 특성을 반영한 포괄적 성과지표 개발과 사회적투자 관점에서의 성과평가 방식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학자금지원 정책은 대표적인 사회적투자 사업”이라며 “학자금지원은 단기적으로는 교육비 부담을 완화하고 장기적으로는 인적 자본 축적을 통해 소득 증가, 고용 안정성, 사회적 이동성, 국가 경쟁력 강화 등 다양한 긍정적 효과를 창출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 학자금 지원정책이 장기 편익을 창출하는 사회적 투자라는 입장이다. 보고서는 “학자금지원정책은 단순히 교육비를 경감하는 역할에 그치지 않고 생애소득 증가, 건강 증진, 사회통합 등 장기적 편익을 창출하는 사회적투자임을 확인할 수 있다”며 “이에 따라 성과지표 중심의 정책 평가체계를 한층 고도화하고 복지재정 지출과 관련해서도 SROI(사회적투자 수익률) 기반의 사회성과 측정 모델을 도입하는 등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성과지표를 주기적으로 검토·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정착시키고, 사회적 가치를 중심에 둔 예산 편성과 평가체계를 마련함으로써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교육·복지정책이 보다 지속 가능하고 실효성 있게 추진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복지=사회적 투자’ 개념 덕에... 노동생산성↑


해당 보고서에 언급하는 ‘사회적투자(social investment)’는 복지정책을 단순 소비가 아닌 미래 성장을 위한 전략적 투자로 간주하는 접근 방식이다. 이는 앞서 스웨덴의 알바(Alva)와 군나르 뮈르달(Gunnar Myrdal) 부부가 1934년에 발표한 보고서 ‘인구문제의 위기’에서 언급한 내용이기도 하다. 해당 보고서는 1930년대 불어닥친 대공황 및 저출산 위기 상황에서 ‘복지 = 비용’이라는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출산율 감소의 원인이 생물학적 요인이 아니라 산업화 및 급속한 도시화에 따른 사회경제적 어려움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과거 농촌에서는 자녀가 가정 내의 노동력으로 기여했으나 도시화 이후에는 자녀 양육이 가구의 경제적 부담으로 작용하게 됐으며 주거 과밀 문제 또한 출산 기피의 한 원인으로 지적했다. 이들은 출산율 제고를 위해 현금급여 확대, 맞벌이 가정 지원 정책, 주거 환경 개선 정책 등을 제안했으며 이를 통해 장기적 ‘인구의 질’ 향상이 가능할 것이라 내다봤다. 또 당시 유행했던 ‘우생학적 주장’에 대해 비판하며 ‘아동의 질’은 유전적 요인이 아니라 교육과 사회경제적 환경을 통해 결정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측은 “이 같은 주장은 복지를 단순 인구 증가가 목표가 아닌 사회정책을 통해 삶의 기회를 확장하고 사회 전체의 생산성 및 지속가능성을 제고하는 전략적 개입 수단으로 재정의 한 것”이라며 “이러한 관점은 이후 유럽 복지국가의 발전과 ‘사회적투자 국가(social investment state)’ 이론 형성의 이념적 토대로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실제 고등교육 투자는 ‘개인의 역량(human capabilities)’과 고용 가능성을 높여줄 뿐만 아니라 사회전체의 노동생산성 및 혁신 역량을 향상시키는 핵심 수단으로 평가된다. 이 같은 사회적투자 개념은 개인의 능력 개발 및 노동시장 참여를 촉진해 생애 초기 단계뿐 아니라 고등교육을 아우르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으며 현대 복지국가 추구하는 ‘효율성·형평성·지속가능성’ 간의 균형 부문에서 핵심 정책 기조로 자리잡았다.

보고서는 사회적 투자 정책의 영역을 몇 단계로 분류하며 이에 대한 적절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우선 ‘조기 아동교육 및 보육(ECEC)’은 인지적·사회적 역량을 형성하는 출발점으로, 형평성 확보 및 학업 성과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며, 빈곤의 대물림을 차단하는데 기여한다. 이어 ‘초·중등 및 고등교육에 대한 투자’는 단순한 개인 권리 보장을 넘어, 지식기반 경제에서 필수적인 고급 인력 양성을 위한 핵심 전략으로 분류된다. 주요 국가들이 고등교육의 등록률 및 졸업률 제고,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해 공공 재정을 적극 투입하는 이유다. ‘직업훈련 및 평생교육’은 산업 환경의 빠른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성인 대상 재교육 및 저숙련 노동자 지원 정책을 포함하며 ‘능동적 노동시장 정책(ALMPs)’으로 분류된다. 이외에도 ‘기존 기술의 보호 및 가치 유지’ 외에 유급 병가, 실업급여, 재활 프로그램 등은 노동자의 생산성 저하를 방지하는 한편 노동시장 재진입을 유도하는 제도적 장치라 평가 받는다. ‘구직 활동 지원 및 노동시장 내 매칭 효율성 제고’ 역시 사회적투자로 분류된다. 구조화된 실업급여 제도는 단순 소득 보장뿐 아니라 적합한 일자리로의 이동을 촉진해 노동시장 내 자원 배분 효율성을 끌어 올린다.



저소득층에 이어 다자녀가구까지…2012년부터 본격화된 국가장학금


이 같은 사회적 투자 가치 제고를 위한 국가장학금은 해당 제도가 시행된 2012년부터 2024년까지 크게 3개 시점으로 분류 가능하다. 국가장학금 제도 제1기는 2012년부터 2013년까지로 등록금 부담 완화를 위한 정부 정책 개입이 본격 시작된 시점이다. 2012년 제도 도입 당시 국가장학금 Ⅰ유형은 기초생활수급자부터 가계소득 3분위까지의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했으며 지원 금액 상한은 국공립대학교의 평균 등록금 수준인 450만 원으로 설정됐다. 2013년에는 제도 적용 범위가 확대돼 국가장학금 Ⅰ유형과 Ⅱ 유형 모두 소득 8분위까지 지원 대상이 넓어졌으며, 이 중 Ⅱ유형의 경우 대학이 자율적으로 선발 기준을 정해 운영하는 방식으로 도입됐다. 다만 이 시기에는 장학금 수혜자의 책임성과 성실성을 강조하기 위해, 직전 학기 성적이 80점 이상이어야 지원 자격이 주어지는 등 성적 기준이 엄격하게 적용됐다.

전반적으로 해당 시기는 제도 설계와 정책 방향을 설정하는 도입 및 정착 단계로 ‘선별적 지원 확대’와 ‘수혜자 책무성 강화’라는 두 가지 기조가 강했다.

제2기 2014년부터 2015년까지로 국가장학금 제도가 본격 확대되고 정책 기능이 다층적으로 강화된 시기다. 이 시기에는 단순 등록금 경감 차원을 넘어, 대학 정책 전반과의 연계를 통해 장학금 제도의 구조적 정비 및 확장이 이뤄진다. 2014년에는 특히 국가 장학금 Ⅱ유형 내에 ‘지방인재장학금’이 추가됐으며 ‘다자녀장학금’이 신설되면서 다양한 가구 유형을 고려한 맞춤형 지원이 강화됐다.

또 국가장학금이 단순 경제적 지원을 넘어 대학구조개혁과의 연계를 통해 정책 유인 기능을 갖도록 개편됐으며 저소득층에 대한 집중 지원 강화, 평균 등록금 수준 반영을 통한 지원금 현실화, 등록금 인하와 같은 대학 자체 노력에 따른 부담 완화, 지방대 육성과의 연계로 정책 간 시너지 창출, 대학 실적에 기반한 인센티브 제공을 통한 유도기능 강화 등이 적용됐다.

제3기는 2016년부터 현재까지로 국가 장학금 제도의 제도적 정교화 및 안정적 운영이 이뤄진 시기다. 2016년부터는 국가장학금 Ⅱ유형에 입학금 감축 대응지원이 추가됐으며 2017년부터는 가계소득 산출방식의 변화로 ‘소득 분위’가 아닌 ‘소득 구간’이라는 용어가 채택됐다.

다만 코로나19에 따른 대학교육비 부담 문제 해결을 위해 소득 5∼8구간과 다자녀 가구에 대한 국가장학금 지원 금액을 지속적으로 인상했다. 특히 2022년부터는 다자녀에 대한 지원을 첫째, 둘째와 셋째 이상을 구분해 셋째 이상에 대해서는 등록금 전액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제도가 개편됐다.

현재 국가장학금은 학자금지원 구간에 따라 차등적으로 지원하는 소득연계형 ‘국가장학금Ⅰ유형’, 다자녀 가구를 지원하는 ‘다자녀 장학금’, 대학자체노력과 연계해 지급하는 ‘국가장학금Ⅱ유형’, 비수도권 인재 양성을 위한 ‘지역인재장학금’ 등 크게 네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2024년 기준 맞춤형 국가장학금 제도의 재정 규모는 4조7000억원으로 2012년의 2조7000억원 대비 대폭 늘었다. 2012년 ‘반값등록금정책’의 일환으로 국가장학금이 신설된 후, 표면상 고등교육예산이 큰 폭으로 증가한 듯 보이나 국가장학금 증가분만큼 대학 등록금 수입이 감소해 대학의 세입 증가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국가장학금Ⅰ유형은 대외적으로 널리 알려진 사업으로 학생에게 직접 지원하는 형태의 장학제도다. 대한민국 국적을 소지한 국내 대학의 학자금지원 8구간 이하 대학생 가운데 B학점(80점) 이상을 충족할 경우 대상이 된다. 소득이 낮은 가계의 고등교육 비용을 경감하기 위해 지원구간별로 장학금액을 차등 지원하며 2024년 기준 총 3조 6655억 원 수준의 재정이 소요된다.

국가장학금Ⅱ유형은 등록금 인하·동결 및 장학금 유지·확충 등 대학의 등록금 인하 노력과 연계해 지원하는 장학금 제도다. 지역 인재의 수도권 유출 완화 및 지방대학 유치·양성을 통해 지방대학 육성 정책 효과성 제고가 목적이다. 국가장학금Ⅱ 유형의 기본 구조는 대학 자체노력을 연계해 지원하는 사업과 입학금 실비용분이 등록금에 산입된 학생을 지원하는 신·편입생 지원 사업, 비수도권 소재 대학 진학한 학생을 지원하는 지역인재 장학금으로 이뤄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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