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이번 주 기업인을 초청해 간담회를 갖는다. 이달 25일 새 정부 들어 처음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대미 투자 방향성을 사전에 조율하기 위한 자리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주요 그룹 총수들의 참석이 예상된다. 이들 참석자는 이 대통령과 함께 방미 길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현시점에 이 대통령과 기업인들의 만남은 한미 통상 현안의 중대성에 비춰 긴요하다. 지난달 말 타결된 한미 관세 협상에서도 기업들이 ‘마스가(MASGA)’를 앞세워 교착상태에 빠졌던 한미 관세 협상의 돌파구를 열었다. 정부와 기업이 한 팀으로 국익을 챙긴 성공적 사례로 꼽을 만하다. 하지만 그 후에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반도체에 최대 3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등 통상 압박의 고삐를 늦출 기미가 없자 정부가 다시 다급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이 대통령이 주요 그룹 총수들을 초청한 것은 또 한번의 긴급 구조 요청(SOS)으로 해석될 수 있다. 다만 정부의 표리부동한 행태에는 아쉬움이 있다. 정부·여당은 대미 협상에서 기업의 강력한 뒷받침을 받고도 법인세를 최고 세율로 되돌리려 하고,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과 더 센 상법 개정안 등 ‘기업 옥죄기법’들을 강행 입법할 태세다.
급할 때는 기업들에 도와달라고 손을 벌리다가 돌아서면 기업 경영에 부담을 가중시키는 법안들을 숙의 과정도 없이 속전속결로 처리하려는 ‘선택적 친(親)기업’ 행보는 정부에 대한 민간의 신뢰를 해칠 수 있다. 18일 발표된 리얼미터의 여론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51.1%로 한 주 새 5.4%포인트나 떨어져 취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것도 주식 양도세 확대와 기업 옥죄기법 강행 등 당정의 ‘마이웨이’식 강경 노선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경제성장의 중심은 기업”이라고 강조했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노란봉투법 시행 시기를 최소 1년간 유예해 경제계와 추가 협의를 해달라”는 경제 6단체의 호소를 경청하는 것이 진정한 ‘친기업’의 시작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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