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페이크 합성 이미지를 이용해 광역·기초의회 소속 남성 의원들을 대상으로 협박 메일을 보낸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이 끝내 피의자를 특정하지 못한 채 수사를 멈췄다.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최근 피해를 입은 서울·인천 등 지방의회 의원들에게 수사 중지 통보를 전달했다고 17일 밝혔다. 수사 중지는 사건을 종결한다는 뜻은 아니며 인터폴 공조나 새로운 단서 확보 시 다시 수사가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피해 의원들은 대부분 20~40대 남성으로 이들이 받은 메일에는 얼굴이 합성된 나체 사진이 첨부돼 있었다. 합성에 쓰인 이미지는 의회 공식 홈페이지에 게시된 프로필 사진이었다. 메일 본문에는 “당신의 범죄 증거들을 가지고 있다. 어떤 영향이 터지는지 잘 알 것이다. 당장 연락하기 바란다”라는 문장이 포함돼 있었다.
협박자는 딥페이크 파일을 없애는 조건으로 약 5만달러(한화 약 6950만원) 상당의 암호화폐를 요구하며 QR코드 접속을 유도했다. 서울·인천·부산·광주·대구 등 기초의회 의원 40여 명이 이 같은 메일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난 4월 전남 순천시의회 의원 3명도 피해를 입은 사실이 확인됐다. 공개되지 않은 사례까지 포함하면 실제 피해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범행에 쓰인 이메일 계정, 접속 IP, 휴대전화 번호, 암호화폐 지갑 주소 등 흔적을 추적했다. 하지만 메일이 해외에서 발송된 정황을 파악하고 인터폴과 공조 수사를 진행했음에도 피의자 파악에 난항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내년 6월 전국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는 딥페이크 악용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으로 합성물의 정교함이 높아지는 점도 불안 요인으로 지목된다. 부산의 한 기초의원은 “조작된 사진임을 알 수 있더라도 유권자에게 부정적 인상이 남을까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경찰 관계자는 “선거 과정에서 딥페이크물이 악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전담 부서를 운영하며 대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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