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통화정책을 총괄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 노동계의 입장을 대변하는 위원을 두자는 법안이 여당에 의해 발의됐다. 19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새 정부 첫 한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전 의원은 “금리 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노동 계층의 이해관계와 의사를 전달할 위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행법상 금통위원은 당연직인 한은 총재와 부총재 외에 기획재정부 장관, 한은 총재, 금융위원회 위원장,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전국은행연합회 회장이 각각 추천하는 5명을 포함해 7명으로 구성된다.
금통위원은 물가와 실업률 등을 정밀히 분석·예측하고 이를 토대로 경제에 밀접한 기준금리와 통화량, 금융시장 안정 조치 등을 결정하는 역할을 한다. 국가 경제 전체를 두고 심사숙고해 정책을 정하는 중요한 자리에 노동계의 대표를 포함시키자는 주장은 상식에 맞지 않다. 그러잖아도 한은 총재를 제외한 추천인들 대다수가 정부의 영향권 아래 있어 중앙은행의 독립·중립성 훼손이 우려된다는 주장이 나오는 상황에서 정치적 입김을 되레 더 강하게 만들겠다는 셈이다. 게다가 노동계가 추천하는 금통위원을 둔 사례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다. 노동계 금통위원을 두자는 법 개정안이 2016·2018년에도 발의됐다가 번번이 임기 만료로 폐기된 이유를 곱씹어봐야 할 것이다.
여당이 밀어붙이는 ‘노란봉투법’은 더 큰 문제다. 노란봉투법은 대한상의가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노조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산업 현장의 노사 갈등이 어떻게 될 것으로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76.4%가 ‘보다 심화할 것’이라고 답했을 정도로 국민적 우려가 큰 법안이다. 그런데도 경기 침체와 미국의 관세 폭탄 등으로 기업들이 비명을 지르는 이 시기에 굳이 노란봉투법 입법을 강행하려는 이유를 알 수 없다. 이날 여당 지도부를 찾아 “한국의 위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입법을 만류한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의 경고를 이제라도 귀담아들어야 한다. 경제 6단체도 전날 국회를 찾아 “최소한 1년은 시행을 유예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통합과 실용을 일관되게 밝히고 있는 만큼 여당도 이제는 노동계와 지지층에 편향된 입법 몰이를 자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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