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양도세 대주주 기준 변경에 대한 최종 결론이 이번 주 초에 내려질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가 속절없이 무너졌다. 늦어도 이재명 대통령과 정청래 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간의 20일 용산 한남동 관저 만찬 회동에서는 결론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대주주 양도세 문제가 다뤄지지 않으면서 여당이 논란을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31일 대주주 양도세 부과 기준 강화안을 포함한 세제 개편안을 발표했다. 이후 코스피가 폭락하자 여당 내에서는 ‘50억 원 유지’와 ‘10억 원 하향’ 논란이 지루하게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주가순자산비율(PBR) 관련 발언이 국내 투자자들을 들끓게 했다. 1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이소영 민주당 의원이 “PBR이 얼마인지 아느냐”고 묻자 구 부총리는 3~4초 정도 답변을 하지 못하다가 “10 정도 되지 않느냐”고 답했다. PBR은 주가가 자산 가치에 비해 얼마나 높은지를 보여주는 증시의 대표적인 지표다. 미국 증시는 5를 넘고 일본·대만은 1.5~2 수준이지만 한국은 장기간 1 이하를 기록해왔다. 새 정부가 증시의 새 지평을 열겠다고 공언한 마당에 경제 수장이 증시의 기본 수치조차 틀린 것이다.
이러다가 정부의 ‘코스피 5000’ 비전까지 의심받게 될 수 있다. 여당은 주식 투자 경험이 전혀 없다는 진성준 전 민주당 정책위의장이 대주주 양도세를 밀어붙이더니 이춘석 전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주식 차명거래로 국내 투자자에게 엄청난 배신감을 안겨줬다. 코스피는 짧은 ‘이재명 랠리’ 뒤 갑자기 터진 대주주 양도세 문제로 투자심리가 얼어붙었다. 미국의 나스닥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일본 닛케이지수 등은 하루가 멀다 하고 사상 최고치를 달리고 있는데 코스피는 3000선을 3년 6개월 만에 회복한 후 2개월 넘게 지지부진하다. 정부는 하루속히 대주주 양도세 문제를 결론지어 주식시장 최대의 적인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한다. 수년간 나 홀로 침체기를 버텨온 ‘국장’ 투자자들을 더 이상 실망시켜서는 안 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