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북한 핵 문제의 해법으로 ‘1단계 핵·미사일 동결, 2단계 축소, 3단계 비핵화’라는 단계적 접근 방식을 들고나왔다. 이 대통령은 한일·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21일 공개된 일본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책적 방향은 한반도 비핵화”라며 “미국과 긴밀한 공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남북대화를 통해 핵을 동결·축소·폐기할 여건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경제든 안보든 기본 축은 한미 동맹과 한미일 협력”임을 강조하며 한일 관계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는 “사실을 정확히 직시하되 문제에 너무 매몰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2015년 위안부 합의와 강제징용 배상 문제에 대해서도 “국가 간 약속이므로 뒤집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미래지향적 자세를 취했다.
이 대통령이 한미일 공조에 기반한 비핵화 원칙을 확인했지만 핵 동결로 시작되는 ‘3단계 비핵화’는 사실상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단번에 비핵화를 이루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하더라도 핵 동결을 대화의 물꼬로 삼아 핵 폐기를 이루려 했던 문재인 정부의 실패한 대북 정책과 다를 게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핵 보유 인정을 전제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거래를 시도할 우려가 큰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느슨한 비핵화 접근이 ‘북핵 용인’이라는 잘못된 메시지를 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자칫 우리가 ‘희망 회로’를 돌리는 사이 북한이 핵·미사일을 고도화할 시간만 벌어주는 꼴이 될 수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단계적 비핵화’를 천명하고 3개월 뒤 북한이 핵실험을 자행했던 뼈아픈 기억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한미 동맹, 한미일 협력의 향방을 좌우할 이 대통령의 순방을 앞두고 북한은 ‘핵무장화의 급진적 확대’를 강조하며 노골적인 핵 야욕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는 한미 정상회담을 전후해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이 대통령은 이번 한일·한미 정상회담에서 흔들림 없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원칙을 천명해 북측의 핵무장 및 군사 도발 의지를 무력화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 이참에 북핵 위협에 맞서 핵 잠재력을 확보하기 위한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도 미국에 당당히 요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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