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로 상징되는 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을 놓고 거품론이 제기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주요 기업들이 AI에 천문학적인 투자금을 쏟아붓고 있지만 성과를 낸 기업은 5% 뿐이라는 분석이 나왔기 때문이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까지 과열을 걱정하면서 산업계는 물론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혼란이 증폭되고 있다.
20일(현지 시간) 주요 외신은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이 지난 18일 펴낸 보고서로 생성형 AI 거품론이 확산되고 있다면서 투자자들이 우려에 휩싸였다고 보도했다.
이 보고서는 MIT NANDA(Networked Agents and Decentralized AI) 이니셔티브가 기업 리더들과 52차례 진행한 인터뷰, 300개가 넘는 AI 계획·발표, 경영 전문가 153명을 대상 조사 결과 등을 바탕으로 작성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생성형 AI에 대한 기업 투자가 300억 달러에서 400억 달러(56조 원)에 달하지만 투자 기관 95%는 여전히 아무런 성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AI 선도 프로그램의 불과 5%만 수백만 달러의 가치를 창출했을 뿐 나머지 대다수는 수익 면에서 아무런 내세울 만한 성과가 없다는 의미다.
미국 더힐은 보고서가 기업 80% 이상이 오픈AI 챗GPT·마이크로소프 코파일럿과 같은 생성형 AI를 사용한 경험이 있거나 시범 도입 중이고, 40%는 사용 중이라면서도 기업 실적에는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MIT는 “이러한 도구들이 기본적으로 기업 실적에 기여하기보다는 직원 개인의 생산성 강화 기능을 하고 있다”며 “깨지기 쉬운 업무 흐름, 전후 문맥 파악 결여, 하루 단위로 연결되지 못하는 문제 등으로 AI 통합 시도는 대부분 이익 기여에 실패한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생성형 AI의 한계도 꼬집었다. MIT는 “AI 시스템은 인간이 하는 방식대로 배우고 생각하지 못 한다”며 “대부분의 생성형 AI 시스템은 피드백을 받지 못하고, 문맥을 각색하지 못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발전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여기에 챗GPT 개발사 오픈AI를 설립한 올트먼 CEO까지 거품론을 거들었다. 외신에 따르면 그는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투자자들이 과도하게 흥분했느냐에 대한 내 의견은 ‘그렇다’이다"라며 “AI 기업들의 가치가 이미 통제 불능 수준”이라고 말했다.
거품론 확산이 빅테크 기업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면서 미국 증시는 혼란에 휩싸였다. 투자 자문사 누빈의 로라 쿠퍼는 "충족시킬 수 없는 수요와 생산능력 제약이 기술주를 기록적인 최고치로 밀어 올렸다"며 "부풀려진 가치평가 때문에 투자자들은 이제 상승 추세의 지속성에 의문을 품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거품론에 대해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증시 불안은 투자자들이 연초 후 주가가 급등한 뒤 차익 실현에 나서면서 나타나는 현상일 뿐이라는 해석도 있다. AJ 벨의 애널리스트 다니 휴슨은 "투자자들은 이제부터 AI 주가가 안정화될지 매도가 계속될지 면밀히 지켜볼 것"이라며 "다음주 엔비디아의 분기 실적 발표가 전보다 더 중요해졌다"고 분석했다. 스테이트 스트리트의 머리아 베이트먼은 "테크 부문 펀더멘털은 여전히 강하고, MIT 보고서가 이를 바꾼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시장이 MIT 보고서에 과잉 반응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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