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가 2029년 동계아시안게임 개최 준비에 차질을 빚으면서 한국과 중국이 대체 개최지로 거론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사우디 정부는 대회가 예정된 네옴시티 내 스키 리조트 ‘트로제나’ 건설이 지연되자, 2029년 대회를 한국이나 중국에 맡기고 자국은 다음 대회인 2033년 유치를 노리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한국과 중국은 각각 2018년 평창,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른 경험이 있어 인프라와 운영 능력에서 유력한 대안으로 꼽힌다.
다만 한국과 중국 정부는 사우디 측과 어떠한 협의도 진행한 바 없다는 입장이다.
사우디는 국토의 95%가 사막임에도 2022년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로부터 2029년 대회 개최권을 따내 주목받았다. 그러나 핵심 시설인 해수 담수화 설비 착공이 지연되는 등 인공눈 제작과 리조트 운영에 필요한 물 공급조차 불확실한 상황이다. 해발 2600m 고지대인 트로제나의 까다로운 공사 여건과 자재 운송 문제도 걸림돌로 지적된다.
네옴시티 측은 “트로제나 프로젝트는 장기적 계획에 따라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고 주장했지만, 대회 준비가 시한 내 마무리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개최권 재조정 논의가 불거지고 있다.
동계아시안게임은 2017년 일본 삿포로 이후 8년 만에 올해 2월 중국 하얼빈에서 재개됐다. 개최국은 한국, 중국, 일본, 카자흐스탄 등으로 한정돼 왔으며 사우디의 도전은 ‘무모한 도박’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사우디가 스포츠를 통해 인권 문제와 언론인 살해 사건 등 국제적 비판을 덮으려는 ‘스포츠 워싱’을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우디는 이번 대회를 시작으로 2034년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과 하계 아시안게임 개최까지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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