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들도 따내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진 독일프로축구 ‘분데스리가’ 중계권이 올해 처음으로 개인 유튜버에게 넘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빅리그가 전통적인 미디어에서 벗어나 디지털 미디어와 협력을 시도한 사례가 속속 생기면서 스포츠 업계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지 기대를 모은다.
21일(한국시간) 스포츠 전문매체 디애슬레틱 보도에 따르면 영국 축구 유튜버 마크 골드브리지는 2025~2026 분데스리가 금요일 경기 중 20경기를 생중계할 수 있는 공식 중계권을 얻었다. 지금까지는 영국 유료 스포츠 채널인 스카이스포츠가 모든 경기를 독점 중계해 왔지만 올해 계약이 종료됐다. 유튜버 골드브리지가 새 계약에 따라 금요일 경기를 유튜브에서 생중계하게 됐다.
다만 영국 공영방송사 BBC도 골드브리지와 같은 금요일 무료 중계에 나선다. 주목도가 높은 토요일 경기는 기존대로 스카이스포츠가 독점 중계하고 일요일 경기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아마존프라임비디오에서 유료로 제공된다.
이번에 중계권을 따낸 유튜버 마크 골드브리지는 지난 2014년부터 축구 관련 유튜브 채널 ‘더 유나이티드 스탠드'를 운영해 오며 215만 명의 구독자를 거느리고 있다. 주로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구단에 관한 콘텐츠를 올려왔다. 올 시즌 분데스리가 경기는 골드브리지가 운영하는 또 다른 유튜브 채널 '댓츠 풋볼'을 통해 중계될 예정이다.
빅리그가 골드브리지와 같은 개인 유튜버에게 중계권을 허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튜버는 아니지만 이와 비슷한 디지털 협력 시도는 최근에도 알려진 바 있다. 스페인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라리가)는 이달 초 영국 스포츠 팟캐스트 채널 '더 레스트 이즈 풋볼'과 3년 계약을 체결하고 모든 리그 게임의 하이라이트 영상을 공식 중계할 수 있는 독점 권한을 허용했다고 밝혔다.
영국 가디언 등 유럽 매체에 따르면 제작사 골행거(Goalhanger)가 만든 이 채널은 기본적으로 오디오를 기반으로 하지만, 최근에는 유튜브와 스포티파이 등 플랫폼을 통해 영상이 함께 제공되는 비디오 팟캐스트 형식으로도 운영하고 있다.
'더 레스트 이즈 풋볼 : 라리가'는 시즌 폐막 전까지 매주 새 콘텐츠를 공개할 예정이다. 비디오 팟캐스트는 영국과 아일랜드 지역에서만 시청할 수 있고, 오디오 팟캐스트는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열려있다.
분데스리가나 라리가와 같은 빅리그가 중계권을 콘텐츠 크리에이터에게까지 확대하는 것은 보다 넓은 시청자층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분데스리가 인터내셔널의 피어 노베르트 최고경영자(CEO)는 "전통적인 방송사와 콘텐츠 크리에이터를 결합해 진일보한 경기 시청 환경을 마련했다"며 "이로써 더 많은 시청자를 아우르고, 각 팬이 본인에게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경기를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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