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미국의 ‘안보 청구서’와 통상 압박 등의 난제를 풀기 위해 2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첫 한미 정상회담을 갖는다. 단순 상견례 자리가 아니라 70년 넘게 지속돼 온 한미 동맹의 미래가 달린 중대한 분기점이다. 이 점을 주목한 이 대통령은 중국과 전략 경쟁 중인 미국을 의식해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먼저 정상회담을 갖고 한미일 안보 협력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분명하게 드러냈다. 다만 외교·산업·통상 수장들이 이례적으로 이 대통령의 일본 일정을 수행하지 않고 미국으로 급파되면서 양국이 의제 조율을 두고 이상징후를 보이고 있다는 우려 섞인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은 한미 정상회담의 세 축으로 경제 통상 안정화, 한미 동맹 현대화, 한미 간 새 협력 분야 개척 등을 제시했다. 어느 것 하나 합의가 쉽지 않고 서로 얽혀 있어 ‘패키지 딜’ 도출에 진통이 예상된다. 가장 큰 산은 주한미군 역할 재조정과 한국의 방위비 부담 확대 등을 포함한 ‘동맹의 현대화’다. 한국은 한미 연합방위 태세 강화가 목표지만 미국은 중국 봉쇄 전략에 동참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한미 동맹의 억지력을 한반도 외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확대할 경우 중국의 대만 침공 등 유사시에 한국이 휘말릴 수 있어 전폭적 수용이 쉽지 않은 요구다. 경제 분야에서도 대미 투자 펀드의 구체화, 농산물 시장 추가 개방과 비관세장벽 철폐 등을 놓고 진통이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포와 압박’ 전술에 휘둘리지 않고 우리 국익과 안보를 지키려면 상호 이익 균형의 관점에서 협상에 임해야 한다. 방위비 증액은 적정 수준에서 받아들이되 우리의 핵 잠재력 확보를 위해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을 이끌어내야 한다. 그러려면 이 대통령 말대로 “경제든 안보든 기본 축은 한미 동맹과 한미일 협력”임을 명확히 하고 트럼프 행정부의 ‘친중’ 오해를 푸는 것이 선결 과제다. 또 조선에 이어 원전·방산·인공지능(AI)·반도체 등 미국 안보와 직결되는 산업 분야에서 교류 협력을 확대해 우리 경제의 미래 성장 동력을 발굴해야 한다. 변화하는 국제 안보 질서를 한미 간 새로운 윈윈 관계 구축의 기회로 바꾸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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