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한미연합 ‘을지자유의방패(UFS·을지프리덤실드)’ 연습에 반발하며 담화를 발표하고 신형 지대공미사일의 시험 사격을 실시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일본과 미국 순방에 맞춘 도발로도 풀이된다.
조선중앙통신은 23일 ‘초연자욱한 한국의 실상은 우리 군대의 만전태세를 더욱 강고시킬것이다’라는 제목의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담화를 보도했다. 담화는 “내외의 한결같은 우려와 반대배격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한국것들은 18일 대규모합동군사연습인 ‘을지 프리덤 쉴드’를 끝끝내 강행해나섰다”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담화는 이어 “'자유의 방패'라는 기만적인 간판 밑에 한국의 지상과 해상, 공중의 전 영역에서 감행되는 을지 프리덤 쉴드 합동군사연습은 새로운 현대전쟁교범과 방식들을 조선반도실정에 맞게 응용,숙달하기 위한 지휘 및 야외실기동훈련으로서 철저하게 우리 국가에 대한 불의적인 선제타격을 노린 극히 도발적이고 침략적인 대규모실전연습”이라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미한 호전광들의 무분별한 전쟁연습은 우리 국가의 안전환경을 엄중히 위협하고있으며 조선반도와 지역정세전반을 극도의 긴장격화에로 치닫게 하고 있다”며 “미한의 모험적인 군사연습이 역내의 힘의 균형파괴를 초래하며 조선반도평화를 해치는 주범이 다름아닌 미국과 한국이라는것을 다시금 똑똑히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한미군사훈련 중단 없이 남북 간 화해협력, 평화공존은 불가하다는 일관된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라며 “25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도 주목된다”고 분석했다. 이 대통령은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의 한일 정상회담에 이어 25일 방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북한은 담화에 그치지 않았다. 24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 미사일총국은 전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신형 지대공미사일 시험 사격에 나섰다. 통신은 “신형 반항공(지대공)미사일 무기 체계가 무인 공격기와 순항미사일을 비롯한 공중 목표들에 대한 전투적 속응성(반응 속도)이 우월하며 가동 및 반응 방식이 독창적이고 특별한 기술에 기초하고 있다고 평가됐다”고 보도했다.
다만 이번 미사일 발사는 비교적 도발 수위가 낮다는 분석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원은 “22일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담화를 통해 UFS를 강력 비판한 데 이어 김 위원장이 참관한 사격 훈련을 공개했다”며 “호전적인 공격 무기가 아닌 대공 방어 무기를 공개해 한미를 자극하기보다는 자체적인 억제·방어 능력 향상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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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운데 합동참모본부는 "지난 19일 북한군이 중부전선 군사분계선(MDL)을 침범해 경고사격 등의 조치를 했고, 북한군은 북상했다"고 23일 밝혔다. 북한은 지난해 4월부터 MDL 인근과 비무장지대(DMZ) 북측 지역에서 삼중 철책을 설치하고 대전차 방벽을 세우는 작업을 실시해왔다. 북한군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한국군 호전광들이 남쪽 국경선 부근에서 차단물 영구화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우리 군인들에게 엄중한 도발행위를 감행했다"면서 "차단물 공사는 대한민국과 접한 남부 국경을 영구적으로 봉쇄하기 위한 것이며 군사적 성격과 무관한 공사를 방해하는 행위가 지속될 경우 우리 군대는 이를 의도적인 군사적 도발로 간주하고 상응한 대응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임을출 교수는 이와 관련해 “이재명 정부의 남북 접촉과 대화 재개 시도에 쐐기를 박는 압박 메시지”라며 우려를 표시했다.
유엔군사령부는 지난 19일 DMZ에서 건설 및 보수 작업을 하던 북한군 30여명이 MDL을 월선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24일 밝혔다. 한국군이 월선 사실을 알리며 여러 차례 경고 방송을 했지만 북한군은 응답하지 않았고, 이에 한국군이 경고사격을 실시해 북한군이 MDL 북측 지역으로 돌아갔다는 것이 유엔사의 설명이다. 유엔사는 "북한이 DMZ 내 작업 활동에 대해서는 사전에 통보했다면서 "오해와 우발적 사건의 위험을 낮추는 사전 통보와 대화의 가치는 인정한다"고 평가했다. 또 "이번 이슈는 물론 다른 잠재적 이슈에 대해 북측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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