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4일 전용기를 타고 일본 도쿄에서 미국 워싱턴DC로 향하던 중 기내 기자 간담회를 열고 “(대통령은) 당선돼 국정을 맡는 순간부터 여당이 아닌 국민을 대표해야 한다”며 “야당을 배제해서는 안 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했던 반탄파가 26일 차기 국민의힘 대표에 선출되더라도 야당과 대화할지를 묻는 질문에는 “야당의 대표가 법적 절차를 거쳐 선출되면 당연히 대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전임 윤석열 정부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맡아 영수회담을 여러 차례 제안했으나 계속 거절당하다가 취임 후 약 20개월 뒤에야 뜻을 이뤘다.
이 대통령이 대야(對野) 소통 의지를 적극 밝힌 것은 대통령과 야당의 관계 단절이 얼마나 국민에게 해로운지를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의 최근 행보는 이 대통령의 통합 메시지와 어긋나고 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24일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 결선투표에 반탄파인 김문수·장동혁 후보만 오르자 “지금도 내란과 전쟁 중”이라고 압박했다. 22일에는 “국민의힘은 내란에 직접 연루된 정당이니 통합진보당과 비교해보면 열 번, 백 번 정당 해산감”이라고 맹폭했다. 민주당은 윤 전 대통령 부부 관련 특별검사의 수사 범위·기간을 늘리는 개정안을 27일 국회에서 강행 처리할 방침이다. 김건희 특검의 수사 인원 및 대상 등을 확대하는 이른바 ‘더 센 특검법’ 개정안도 9월 중순 이후 통과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 간 대야 메시지 혼선은 매우 어색할 뿐 아니라 위태롭기까지 하다. 이 대통령이 야당에 손을 내밀어도 여당의 야당 무시·겁박 행보가 계속 이어진다면 국민의힘이 대화에 응할 명분을 찾기 어렵고 국민 통합은 그만큼 멀어질 수밖에 없다. 이 대통령의 대야 소통 의지 표명이 진심이라면 국민적 논란을 사는 검찰·사법 개혁안 등 쟁점 법안들부터 야당과 숙의하도록 여당을 적극 설득해야 한다. 차기 국민의힘 지도부와도 가급적 빨리 영수회담을 갖는 게 좋다. 여야가 원활히 소통해야 경색된 정국을 풀고 국론을 통합시켜 당면한 경제·안보 복합 위기를 이겨낼 동력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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