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성장과 회복’을 내세워 임기 내내 확장재정을 펴겠다고 선언했다. 정부는 29일 국무회의를 열고 내년 본예산을 올해(추가경정예산 제외)보다 8.1% 늘어난 728조 원으로 확정·의결했다. 이전 정부의 연평균 지출 증가율(3.5%)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반면 내년도 총수입 전망치는 674조 원으로 3.5% 늘어나는 데 그쳤다. 국가채무는 올해 1273조 원에서 내년 1415조 원으로 142조 원 늘어난다. 정부는 이날 연평균 재정지출 증가율이 5.5%에 이르고 나라 살림을 보여주는 재정관리수지 적자 폭은 매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4%를 웃도는 내용의 국가재정운영계획(2025~2029년)을 내놓았다. 건전재정 유지를 위한 재정준칙 마련은 아예 포기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연구개발(R&D)과 산업·중소기업·에너지 예산을 올해보다 각각 19.3%, 14.7% 늘린 것은 이해할 만하다. 우리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서 벗어나려면 인공지능(AI) 등 신성장 산업에 대한 획기적 지원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정부는 아동수당 지급 확대, 농어촌 기본소득,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지원 확대, 소상공인에 바우처 제공 등 이른바 ‘이재명표 예산’을 대거 편성했다. 현금 지급은 정부의 직접 투자·소비에 비해 경기 부양 효과가 크게 떨어진다. ‘잠재성장률 3% 달성’을 위해 경제 체질 개선 등에 중점을 뒀다는 정부 설명과는 달리 ‘재정 만능주의’라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 예산안대로라면 2029년 국가채무비율은 올해 49.1%에서 4년 만에 58.0%로 치솟게 된다. 정부는 위험 수위가 아니라지만 우리나라처럼 부채 증가 속도가 빠른 나라는 찾기 힘들다. 정부는 적극재정을 펴면 경제성장으로 세수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지만 신산업 육성 등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자칫 재정 건전성 악화로 대외 신인도가 하락하고 물가가 상승하는 등 경제에 부담만 줄 수 있다. 이 대통령이 강조한 대로 재정이 성장의 ‘씨앗’이나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재정지출 확대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정부는 민간 기업의 혁신과 역동성이 살아나 지속 가능한 성장과 재정을 이룰 수 있도록 규제 완화와 구조 개혁의 청사진부터 내놓아야 할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