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이 올 3월 해군 특수부대와 함께 훈련하는 자신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이슬람 혐오 표현인 ‘카피르’라는 아랍어 문신이 새겨진 팔뚝이 드러난 이 사진이 공개되자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거센 논란이 일었다. ‘이교도’ 혹은 ‘불신자’라는 의미의 이 단어는 이슬람권에서는 모욕적인 표현으로 받아들여진다. 헤그세스는 국방부 장관으로 발탁되기 전 몸에 새긴 많은 문신들로 이미 여러 차례 구설수에 올랐다. ‘신의 뜻’을 의미하는 라틴어 ‘데우스 불트’와 ‘예루살렘 십자가’ 문양 등 그의 몸에 새겨진 여러 문신들은 백인 우월주의자와 기독교 극단주의자들이 자주 사용하는 상징들로 알려져 있다.
쥐스탱 트뤼도 전 캐나다 총리도 왼쪽 어깨의 문신으로 유명하다. 총리가 되기 전 새긴 그의 문신은 캐나다 에스키모 원주민인 하이다족의 까마귀 문양 안에 지구가 그려진 모양이다. 환경 운동가로 활동했던 그의 이력을 보면 어떤 의미를 담았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독일 진보정당인 좌파당의 부활을 이끌고 있는 36세 여성 원내대표 하이디 라이히네크는 왼팔에 폴란드 출신 사회주의 혁명가 로자 룩셈부르크의 얼굴을 새겼다.
서구권에서는 문신을 자신의 개성이나 정치적 신념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인정한다. 반면 한국을 비롯해 동양권에서는 색안경을 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우리나라는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과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눈썹 문신이 화제가 됐지만 미용 목적으로 인식되는 만큼 외국 정치인들의 문신과는 결이 다르다. 33년간 불법이었던 문신사의 문신 시술을 합법화하는 ‘문신사법’이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했다. 의사가 아닌 문신사들의 문신 시술이 보편적인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의료계는 반대하지만 여야 간 이견이 거의 없는 법안이어서 본회의까지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머지않아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K타투’ 시술을 받은 정치인이 등장하게 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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