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첫 정기국회가 개회한 1일 거대 여당의 ‘한복 쇼’와 제1야당의 ‘상복 퍼포먼스’로 볼썽사나운 진풍경이 벌어졌다. 여야는 이처럼 엇갈린 옷차림으로 내년 예산안과 개혁 입법, 내각 인선, 체포동의안(권성동 의원) 등 쟁점들을 두고 향후 100일간 진행되는 정기국회 회기 동안 극단의 갈라치기 정치를 이어갈 것을 예고했다. 이날 오후 2시께 국회 본회의장에는 대다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우원식 국회의장이 ‘한복’을 입고 등장했고 일부 의원들은 두루마기에 갓까지 착용한 채 기념 촬영을 하기도 했다. 반면 국민의힘 의원들은 장례식에 참석하는 것처럼 검은색 정장·넥타이 차림에 근조 리본을 단 채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섰다.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여야가 한복과 상복으로 대립한 것은 국민들 보기에 좋을 리가 없다. 이날 여야 간에 오간 말도 상대를 능멸하는 수준이었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국민의힘에 상사(喪事)가 발생한 줄 몰랐다”며 “부고를 내주시면 조문하고 슬픔을 나누겠다”고 비꼬았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현 상황을 해방 정국에 빗대 “그때 친일파 척결이 시대적 과제였다면 지금은 내란 세력 척결이 시대정신”이라며 야당을 매도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도 “이재명 정부 외교에 대해서는 속옷까지 다 벗어주고…”라고 상대를 비하했다.
정기국회 내내 여야가 대립한다면 다급한 경제·민생 현안들이 뒷전으로 밀릴 우려가 크다. 그러잖아도 8월 수출입 동향을 보면 관세 충격으로 미국 수출이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10% 넘게 빠지는 등 무역 전선에까지 빨간불이 켜졌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이날 장 대표와 만나 “이재명 대통령은 야당 지도자들과 다양한 방식으로 자주 만나기 위해 노력하려는 마음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도 최근 수차례 야당 대표와의 만남을 제안했다. 국민의힘 역시 이날 핵심 요직인 사무총장과 정책위의장에 중도 성향 인사를 중용해 여야 협상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이제 여야가 서로에 대한 갈등과 반목을 접고 대화에 나설 때가 됐다. 정치적 쟁점은 다투더라도 국민의 삶과 직결된 경제와 민생을 살리는 데는 하나로 힘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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