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 제2차 세계대전 승전 80주년을 기념하는 '중국인민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 열병식'(이하 전승절)에 모습을 드러내며 외교 고립을 뚫고 협상력을 끌어올리는 '신의 한 수'를 뒀다는 평가가 나왔다.
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이화여대 북한학과 박원곤 교수는 "열병식 참석 자체가 이미 성과"라며 "김정은은 그 장면 하나만으로도 성공을 거뒀다"고 평가했다.
특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옆에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은 정치적으로 엄청난 상징성을 갖는다. 박 교수는 "1959년 열병식에서 김일성은 마오쩌둥·후르시초프 옆에 서지 못했다"며 "김정은이 이번에 그 자리를 차지했다면 선대(김일성·김정일)를 넘어섰다고 선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분석했다.
그는 북한 외교를 '시계추 외교'라 규정했다. 어느 한 나라에 올인하지 않고 중국과 러시아를 번갈아 끌어들이는 방식으로 이번 방중 역시 미국을 향해 '중·러를 뒤에 두고 협상력을 키웠다'는 메시지를 던졌다는 것이다.
향후 정세에 대해서는 "올해는 아니더라도 내년에는 북미 대화 가능성이 있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의지를 보이고 있고 북한도 김여정 담화를 통해 관계가 나쁘지 않다고 시사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이번 행사로 '김정은은 내가 불러낼 수 있다'는 사실을 트럼프에게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이번 방중에서 가장 큰 화제를 모은 건 김주애 동행이었다. 박 교수는 "등장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나타났다"며 "그 순간 전 세계 언론이 김주애에게 집중됐다. 중국이 4대 세습을 일정 부분 인정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김주애가 아직 12세에 불과하고 북한 사회 특성상 여성 후계자의 한계가 있으며 후계자 서사가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건강 문제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박 교수는 "김정은은 새벽 5시에 잠들고 하루에 담배 두 갑을 피우며 술도 많이 한다"며 "몸무게만 봐도 각종 성인병을 피하기 어렵다.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건강이 멀쩡한 게 오히려 이상하다'는 말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세 정상이 함께 망루에 선 장면이 '한미일 대 북·중·러 대결 구도'를 고착화할 것이라는 해석도 있지만 박 교수는 "사진이 주는 인상은 그렇지만 중국은 여전히 진영 대결에는 반대 입장"이라며 "북·중·러 공조가 제도적으로 공식화된 단계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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