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집권 자민당이 올 7월 참의원(상원) 선거에서 대패(大敗)한 데 대해 ‘현금 살포 공약에 국민들이 등을 돌렸기 때문’이라는 자체 평가를 내렸다. 다락같이 오르는 물가 대책으로 전 국민에게 1인당 2만 엔(약 19만 원) 이상 지급하겠다고 공약한 것이 외려 역풍을 맞았다는 뼈아픈 반성문을 써낸 것이다.
자민당은 2일 오전 참의원 선거총괄위원회에서 분석한 선거 참패 보고서를 승인했다. 총괄위원회는 가장 큰 선거 패인으로 ‘돈 뿌리기’라는 비판을 받은 현금 지급 공약을 꼽았다. 이날 오후 의원총회에 참석한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책임을 피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자민당은 선거를 3개월 앞둔 4월 고물가 대책으로 전 국민에게 1인당 2만~5만 엔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연립 여당인 공명당에서는 한술 더 떠 10만 엔 얘기까지 나왔다. 지난해 중의원(하원) 선거에서 크게 져 과반 의석도 못 얻은 자민·공명당이 막대한 돈 풀기로 반전을 꾀했지만 일본 국민은 ‘재정 중독’ 공약에 회초리를 들었다.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36%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올해만 20조 엔(약 191조 원)의 적자 국채를 발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내년에는 국채 이자로 13조 엔(약 122조 원)을 상환해야 하는데 이는 정부 예산의 10%를 웃도는 규모다. 이러니 “현금 지급 방침은 나라 곳간과 청년 미래를 책임진다는 메시지에 의문을 불러일으켰다”는 현지 언론의 비판이 쏟아져나올 수밖에 없다.
자민당의 ‘총선 참회록’은 확장재정 기조로 치닫는 이재명 정부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획재정부가 3일 국회에 제출한 ‘3차 장기재정전망’에 따르면 저출생·고령화와 저성장 추세가 이어질 경우 2065년에는 우리나라의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150%를 넘어선다. 그런데도 효과가 불분명한 2차 소비쿠폰을 22일부터 소득 하위 90%를 대상으로 1인당 10만 원씩 지급한다. 올해 당정이 두 차례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35조 원을 투입했지만 성장률은 0.9%에 그칠 정도로 돈 풀기 경기 부양은 한계가 있다. 확장재정 유혹에 빠졌다가 국민들의 냉엄한 심판을 받은 일본 자민당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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