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고용시장의 수요 흐름을 보여주는 구인 규모가 10개월 만에 가장 적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5일 8월 고용보고서 공개를 앞두고 고용시장 악화를 시사하는 7월 지표가 또 나온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자 기업들이 채용에 소극적으로 돌아선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노동부는 3일(현지 시간) 공개한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서 7월 미국의 구인 건수가 718만 1000건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9월(710만 3000건) 이후 10개월 만에 가장 적은 수치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740만 건)도 밑돌았다.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 기간이 포함된 2021년 1월 이후 미국의 월간 구인 건수가 720만 건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24년 9월에 이어 두 번째다. 미국의 구인 건수는 지난 5월 771만 2000건에서 6월 735만 7000건으로 떨어진 뒤 2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7월 의료·사회지원 부문의 구인 규모가 18만 1000건 감소했고 예술·연예·레크리에이션 부문 구인도 6만 2000건 줄었다.
고용 지표가 악화하면서 9월 16~17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를 인하할 확률도 95% 이상으로 급등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9월 기준금리가 25bp(bp=0.01%포인트) 인하될 확률을 이날 95.4%로, 동결될 확률을 4.6%로 각각 반영했다. 금리 인하 확률은 이는 전날 장 마감 무렵 92.7%에서 더 올라간 수준이다.
앞서 미국 노동통계국(BLS)은 7월 미국의 비농업 부문 일자리가 전월 대비 7만 3000명 늘었다고 발표해 시장에 큰 충격을 준 바 있다. 이는 6월의 14만 7000명과 올해 평균치인 13만 명의 거의 절반 수준이었고 블룸버그가 집계한 시장 예상치(10만 4000명)도 훨씬 밑도는 수치였다. 아울러 노동부는 6월 비농업 부문 일자리는 기존 14만 7000명에서 1만 4000명으로, 5월은 14만 4000명에서 1만 9000명으로 하향 조정해 총 25만 8000명을 줄였다.
이 지표 발표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노동통계국장을 즉각 교체했다. 새로 선임된 EJ 앤토니 지명자는 “데이터 수집 방식이 바로잡힐 때까지 월간 고용보고서 발표를 중단해야 한다”며 110년간 이어진 통계 방법을 바꿀 뜻을 내비쳤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이 지표를 의식하며 지난 22일 연례 경제정책 심포지엄(잭슨홀미팅)에서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는 발언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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