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자연과 전통적인 건물이 조화롭게 자리 잡은 공간에서 결혼식을 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따스한 햇살과 봄바람, 그리고 잘 관리된 공원의 편안함 덕분에 저희 부부와 하객 모두 한 편의 영화 같은 순간을 경험했어요.”
최근 결혼식을 올린 A 씨는 당시 장면들이 아직도 눈앞에 생생하다. 서울시 덕분에 남들과는 다른 특별한 곳에서 식을 치를 수 있었기 때문이다. A 씨가 결혼한 ‘북서울꿈의숲’은 68만 ㎡에 달하는 녹지 공원으로, 도심 속에서 푸른 자연을 마음껏 누릴 수 있다. 식이 열리는 창녕위궁재사는 문화유적지로, 한옥으로 둘러싸인 공간에서 식이 진행되기 때문에 어르신들 사이에도 인기가 높다.
서울시가 정원 등의 공간을 공공예식장으로 개방하는 이유는 최근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서울시에 따르면 2022년 3만5752건이던 혼인 건수는 지난해 4만2471건으로 2년새 18.8%가량 증가했다. 실제 팬데믹을 지나면서 결혼하는 부부들이 늘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급증한 예식비용과 예약하기 어려운 식장 등을 이유로 결혼을 미루거나 망설이는 예비부부도 적지 않다.
이에 서울시는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작은 결혼식(스몰웨딩)’을 원하는 예비부부를 위해 공간을 빌려주기로 한 것이다. 여기에 대관료 무료, 결혼 상담, 예식 지원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결혼을 망설이는 예비부부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실제 공공예식장은 가성비 덕분에 인기가 많다. 시에 따르면 예식장에서 받는 식대는 200명 기준 1980만 원 정도인데, 공공예식장은 1100만 원에 그친다. 대관료 무료에 부대비용, 꽃장식 등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다. 일반 예식장에서 결혼하면 평균 3395만 원이 든다면 공공예식장은 774만 원 정도면 된다고 한다. 덕분에 서울시 공공예식장 이용률도 증가하는 추세다. 2023년 29건에 불과했던 이용 실적은 지난해 106건으로 증가했고, 올해는 218건 이상으로 추정된다.
특히 정원 등 야외 공간은 실내와는 또 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이에 서울시는 그동안 도심 속 정원 9곳을 공공예식장으로 개방해 왔다. 구체적으로는 △어린이대공원 포시즌가든 △매헌시민의숲 △용산가족공원 △월드컵공원 평화의공원 △선유도공원 △북서울꿈의숲 △초안산 하늘꽃정원 △불암산 힐링타운 철쭉동산 △솔밭근린공원이다.
시는 이번에 11곳을 추가로 운영하기로 했다. 새롭게 운영되는 곳은 △남산 한남자락 △서대문 안산 잔디마당 △노원구 화랑대 철도공원 △남산 호현당 △남산 장충자락 △월드컵공원 평화잔디광장 △서울식물원 잔디마당 △푸른수목원 잔디마당 △서울식물원 사색의정원 △서울숲 설렘정원 △서울숲 승마훈련원 부지다.
남산 한남자락의 ‘한남스카이 웨딩가든’은 남산을 배경으로 조용하고 독립적인 공간 구성 덕분에 하우스웨딩을 원하는 예비부부 사이에 반응이 좋다. 이미 7월에 예약을 받기 시작한 뒤로 내년 11월까지 예약이 거의 다 찰 만큼 인기가 있다.
시는 시설 퀄리티도 높이기로 했다. 보수가 필요한 5곳은 예산을 반영해 새롭게 정비하고, 기존 장소 중 하객 수용 여력이 많아 예비부부 선호도가 높은 북서울꿈의숲도 다음달 초까지 보수 공사를 마칠 예정이다. 시는 예비부부와 하객 수요를 반영해 공원 내 피로연 시 케이터링이 가능하도록 운영 기준도 개선했다.
정원에서 결혼식을 진행하려는 예비부부는 포털에서 ‘서울웨딩’ 홈페이지를 검색하거나 상담전화(1899-2154)를 통해 상담 및 신청을 할 수 있다. 이수연 서울시 정원도시국장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공간에서 예비부부에게 특별한 순간을 선사할 수 있는 예식이 바로 정원결혼식”이라며 “아름다운 공간에서 소중한 추억을 쌓고, 새로운 삶의 시작을 뜻깊게 맞이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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