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청 해체가 공식화된 다음 날인 8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인근 분위기는 하루 종일 뒤숭숭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어쩌다 이 지경까지 온 것이냐”는 자조 섞인 목소리와 함께 “보완수사권은 어떤 형태로든 지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과거 검찰의 편향된 행태에 대부분 고개를 숙이면서도 이번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검찰 개혁이 국민들의 사법 피해로 이어지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일선 검사들의 반발이 이어졌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8일 오전 출근길에 취재진과 만나 “(검찰 해체는) 우리 검찰의 잘못에 기인한 것이기 때문에 깊이 반성하고 있다”면서도 “향후 검찰 개혁의 세부적 방향에 대해서는 국민들 입장에서 설계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한상대 전 검찰총장(검찰동우회 회장)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검찰의 과오에 대해 사과하면서도 “개혁의 핵심은 명칭이 아닌 검찰이 국민을 위해 어떻게 기능할 것인가에 있어야 한다”고 했다.
노 대행과 한 전 총장이 이날 ‘국민의 입장’을 강조한 것은 검찰청의 후신인 공소청이 보완수사권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노 대행은 3일 부산고·지검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보완수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것은 검찰의 권한이 아니라 의무”라고 강조했다. 검찰의 보완수사권이 폐지되면 경찰의 수사를 통제할 장치가 사라진다는 것이 다수 법학자들의 의견이기도 하다.
전날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고위당정협의회를 열고 검찰청을 폐지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을 새로 만드는 정부조직법을 발표했다. 수사와 기소 분리의 큰 틀은 결정됐지만 세부 권한 조율이나 공소청의 보완수사권 존폐 등은 나중에 확정된다.
대부분 검찰 간부급 검사들도 보완수사권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검찰청의 한 검사장은 “보완수사가 없는 1차 수사는 편향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보완수사를 통해 사건 결과가 달라지거나, 결과가 같다고 해도 피고인의 형량이 변하기 때문에 한 번 더 수사 내용을 점검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검찰 해체가 위헌이냐 아니냐는 논쟁도 이어졌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청을 그대로 두는 것이 헌법에 부합”한다며 “과거 노태우 정부 때 합참의장 명칭을 국방의장으로 바꾸려다 못한 것도 위헌 지적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검찰 개혁론자인 노희범 변호사(전 헌법재판소 연구관)는 “입법으로 결정할 수 있는 요소로 위헌적이지는 않다”고 말했다. 다만 노 변호사도 “경찰이 제대로 수사하는지 담보할 수 없기 때문에 경찰을 일부 통제할 수 있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권은 가져야 한다고 본다”며 “개혁 동력을 잃지 않기 위해 개혁에 속도를 내야 하지만 초동 수사의 통제나 기능, 역할을 담보할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일선 검사들의 날 선 비판도 계속되고 있다. 차호동 서산지청 부장검사는 이날 검찰 내부망(이프로스)에 “책임지지 않은 범죄 수사에 누가 최선을 다할까”라며 “법관과 동일한 자격을 가진 검사가 범죄 수사 업무를 왜 총괄했는지 고민 하나 없이 폐지됐다”고 목소리를 냈다.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를 지낸 공봉숙 서울고검 검사도 “과도한 업무에도 묵묵히 자기 책임을 다해오던 99% 검사들에게 ‘정치 검찰’ 굴레를 씌워 입을 막은 사람들이 모두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고 정치권을 비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