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9·7 대책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공공택지 민간 매각을 중단하고 직접 시행에 나서겠다고 하자 시장도 혼란에 빠졌다. 3기 신도시 등 수도권 공공택지의 민영 분양주택이 사라지면서 청약 자격 역시 바뀌기 때문이다.
9일 국토교통부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앞으로 공공택지에 건설되는 전체 주택이 공공주택으로 채워지게 된다. LH 민간참여 공공주택 사업은 민간이 건설하고 민간 건설사의 브랜드를 붙이지만 유형상 공공주택이어서 청약자격도 LH 공공분양과 같다.
현재 수도권 공공주택의 청약자격은 무주택가구 구성원으로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 기간이 1년, 매월 납입금이 12회 이상이어야 하고 소득과 자산기준 등도 따진다. 민영 아파트가 월납입 기준 없이 지역별·면적별 예치금 이상이면 가능하고 소득 및 자산기준 등을 따지지 않는 것을 감안하면 까다롭다. 과거 청약통장을 주택종합저축으로 전환하지 않았다면 공공주택은 청약저축 가입자만 가능하고, 청약예·부금 가입자는 청약이 불가능하다.
공공주택은 민영주택에 비해 신혼부부 등 특별공급 물량도 많다. 이 때문에 신도시 민영 아파트 분양을 기다리던 청약 대기자들은 공공주택으로 청약자격이 바뀌면 당첨 가능성이 낮아지는 게 아니냐며 불안해하고 있다.
3기 신도시 가운데 2019년 1차로 지정된 남양주 왕숙·왕숙2, 하남 교산, 인천 계양, 고양 창릉, 부천 대장지구 등 5개 지구는 토지 보상이 마무리되며 2023년부터 민간에 공동주택용지가 분양됐지만 아직 미매각된 용지가 남아 있다. 2022년에 2차 3기 신도시로 지정된 광명 시흥지구와 의왕·군포·안산, 화성 진안, 화성 봉담3, 인천 구월2 공공주택지구는 아직 보상도 안된 사업 초기 단계로 민간에 매각 전인 주택용지들이 많다.
이들 용지가 모두 LH의 공공주택으로 채워지게 된다. 국토부는 구체적인 공급 유형(분양·임대) 및 물량을 비롯해 분양 대상까지 연내 LH 개혁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발표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토부는 “LH 직접시행 전환은 새로운 방식인 만큼 청약 등 관련 제도 개편과 병행해 시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부동산 업계에서는 LH 직접 시행 사업의 성패를 가를 변수 중 하나로 분양가와 적정 공사비를 꼽는다. 정부는 LH 직접 시행을 통해 분양가를 낮추려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분양가를 종전 민간참여사업보다 낮추거나, 민간 이익을 줄이고 LH 이익을 높이는 쪽으로 사업구조를 전환하면 건설사의 참여율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자재 역시 문제다. LH는 저렴한 관급자재를 사용하지만 민간은 사급자재를 사용하는 만큼 분양가가 낮추기 어렵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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