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코스피 강세에도 큰 폭으로 움직이지 못하고 소폭 하락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최근 외환시장이 뚜렷한 방향성을 상실해 환율 변동 폭이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1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3원 내린 1386.6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이날 환율은 상승 출발했는데 간밤 중동 정세 악화로 위험 회피 심리가 고조된 가운데 미국·독일·영국 등 주요국 국채 금리 상승으로 달러 강세가 나타난 영향이다.
환율은 개장 직후 1390.30원까지 올랐으나 이후 하락 전환해 1380원대까지 내려갔다.
코스피는 이날 전 거래일보다 1.67% 오른 3314.53으로 마감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종가 기준 이전 최고치(3305.212021년 7월 6일)를 약 4년 2개월 만에 넘어섰고 장중에는 3317.77까지 오르며 2021년 6월 25일 기록한 장중 최고점(3316.08)도 경신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최근 외환시장이 강하게 움직일 만한 모멘텀이 실종된 상태라고 분석했다. 한국과 미국 등 금리 기대가 이미 반영돼 있고 관세 등 주요 정책 리스크에 대한 민감도도 낮아 단기 변동성이 제한적이라는 설명이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등 이벤트가 발생하면 단기적 급등·급락은 있을 수 있으나 전반적으로 환율은 박스권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미국의 연간 비농업부문 고용자수는 예상보다 큰 폭으로 하향 조정됐으나 달러화 가치는 큰 폭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최근 발표된 미국 노동통계국(BLS)에 따르면 2024년 4월부터 2025년 3월까지 증가한 일자리가 기존 발표치(180만 개)보다 91만 1000개 적었다. 이는 월평균 14만 9000개 감소한 것으로 2000년 이후 최대 폭이다. 최종 확정치는 내년 초 발표될 예정이다. 하향 조정은 도·소매업, 레저·접객업 등 대부분 산업에서 나타났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외환시장은 방향성을 잃은 상태라 뚜렷한 변수가 없으면 달러가 크게 움직이기 어렵다”면서 “앞으로 연준 지도부 구성이 일단락되면 환율이 박스권에서 벗어나 아래쪽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국시간으로 11일 밤 공개되는 8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결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낙원 NH농협은행 FX위원은 “미 CPI는 상효관세부과 영향으로 전월보다 다소 높게 예상하는데 예상치(2.9%)에 부합한다면 글로벌 달러도 지지력 이어갈 전망이다”고 했다. 이어 그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임기 내에서는 물가 상승압력이 이어지면 고용지표 둔화가 있어도 금리를 빠르게 내리기 힘들다고 본다"면서 “물가상승과 고용둔화 흐름이 내년까지 이어진다면 미 지표 둔화와 함께 리스크 오프가 재개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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