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분기 우리나라 기업 매출 증가액이 1년 반 만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석유화학 산업 부진과 미국발 관세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성장 둔화 우려가 현실화한 셈이다.
한국은행이 10일 발표한 ‘2025년 2분기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외부감사 대상 법인기업 2만 6067개 가운데 표본조사 대상인 4233개 기업의 전년 동기 매출은 0.7% 줄었다. 기업들의 성장성 지표인 매출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2023년 4분기 -1.3%를 기록한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제조업의 매출 부진 영향이 컸다. 제조업 매출 증가율은 -1.7%로 나타났다. 특히 석유화학 매출 증가율은 –7.8%로 2024년 3분기 이후 4분기 연속 역성장을 이어갔다. 유가 하락과 설비 가동률 둔화로 수출이 줄어든 영향이다.
반도체가 포함된 기계·전기전자 업종의 매출 증가율도 1분기 5.9%에서 2분기 2.2%로 떨어졌다.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에 따른 고부가가치 제품군 수출 호조에도 불구하고 전년 동기 매출 증가율(20.7%)이 워낙 높았던 기저효과가 발목을 잡았다.
기업들의 수익성도 둔화됐다. 2분기 기업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작년 2분기 6.2%에서 5.1%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제조업은 7.1%에서 5.1%로 낮아졌다. 미국의 관세 부과 영향을 받은 운송장비업의 이익률이 7.6%에서 2.7%로 크게 고꾸라진 영향이다.
이익 둔화는 이자보상비율에도 영향을 미쳤다. 기업 전체의 이자보상비율은 2분기 323.5%로 전년 동기(418.2%) 대비 크게 하락했다. 이는 기업 영업이익이 이자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해 4분기(188.2%)보다는 개선됐지만 2015년 이후 평균치(486.2%)에는 여전히 못 미쳤다.
한은은 “성장성 악화는 상호 관세와 품목별 관세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철강·자동차를 비롯해 석유화학, 건설 등 전반적인 업황 부진에서 비롯됐다”며 “다만 2분기에는 반도체 업종에서 재고자산 평가손실 등 일회성 비용 요인이 작용한 만큼 3분기에는 수익성이 개선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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