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이 밥값만큼 나온다"는 소비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프랜차이즈 카페 아메리카노가 3000원을 훌쩍 넘어서면서, 1000~1500원대 '편의점 원두커피'가 새로운 대안으로 급부상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국내 주요 편의점의 원두커피 매출은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왔다. CU의 'get 커피' 매출은 2023년 23.2%, 2024년 21.7% 증가했으며 올해(1~8월)도 17.5% 성장했다. 세븐일레븐의 '세븐카페' 역시 같은 기간 30%→20%→10%의 성장률을 보이며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GS25의 '카페25'도 연평균 20% 이상 증가세를 기록했으며 가격을 1300원에서 1000원으로 낮춘 지난 3월 이후 하루 2잔 이상을 구매하는 고객 수가 전년 동기 대비 117.5% 폭증했다. GS25는 스위스 '프랑케'사의 프리미엄 머신을 도입하며 커피 품질까지 끌어올렸다.
이 같은 현상의 배경에는 '커피플레이션(커피+인플레이션)'이 자리한다. 한국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수도권 프랜차이즈 아메리카노 평균 가격은 3001원, 카라멜마끼아또는 4717원으로 적정가 대비 각각 13.9%, 32.4% 비쌌다. 특히 스타벅스의 국내 판매 가격은 해외보다 높다. 미국 창업정보 사이트 '스위치 온 비즈니스'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한국 스타벅스 카페라테 톨 사이즈 가격은 미국·일본은 물론 이탈리아(2.84달러), 호주(3.97달러), 캐나다(3.85달러)보다도 높았다. 주요 선진국 대비 최소 4~5%, 최대 40% 이상 비싼 수준이다.
반면 편의점 커피는 여전히 1000~1800원대다. GS25는 '핫아메리카노'를 1000원에 고정해 초가성비 전략을 이어가고 있고, CU의 get 커피는 '핫(L)' 1500원, '아이스(XL)' 1800원에 판매된다.
편의점 커피 인기가 커지면서 디저트·빵 매출도 동반 성장했다. GS25는 카페25 구매 고객 10명 중 8명이 다른 상품을 함께 구매하며 커피 론칭 이후 빵 매출이 200% 이상 뛰었다. CU와 세븐일레븐도 올해 1~8월 디저트 매출이 각각 18.3%, 20% 증가했다. 세븐일레븐은 나아가 캔커피 시장에도 900원짜리 초가성비 상품을 출시하며 소비자 공략에 나섰다. 기존 평균 1400원 수준인 캔커피 시장에서 '세븐셀렉트 블랙커피·카페라떼(240ml)'를 900원에 내놓은 것이다.
CU는 'get 커피'와 어울릴 수 있는 황치즈버터파이, 도라야끼, 샌드쿠키, 베이글 샌드위치 등 디저트를 1200~1300원대에 선보이며 '3000원 한 끼 카페 세트'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오는 10월부터는 get 커피와 디저트를 동시 구매 시 1000원 할인 이벤트도 진행된다.
한편, 커피 원두 가격 급등은 국내 커피 가격을 더욱 끌어올릴 전망이다. 올 들어 스타벅스, 투썸플레이스, 메가커피, 빽다방 등 주요 프랜차이즈가 줄줄이 가격을 인상했으며, 국내 커피믹스 시장 90%를 차지하는 동서식품도 최근 1년 새 두 차례 가격을 올렸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7월 커피 가격은 전년 대비 15.9% 올랐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