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패배한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이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재선 도전을 “무모했다”고 공개 비판했다.
10일(현지 시간) CNN 등에 따르면 해리스는 23일 출간 예정인 자신의 저서 ‘107일(107 Days)’에서 이같이 밝혔다. 바이든은 지난해 대선 당시 ‘고령 리스크’를 우려하는 당 안팎의 우려에도 재선 도전을 고집하다 첫 번째 TV 토론에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고, 이후 민주당 대선 후보는 해리스로 교체됐다. 같은 해 8월 시카고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로 공식 선출된 해리스는 기세를 올리며 선거 운동을 펼쳤으나 경쟁자인 트럼프가 7개 경합주에서 전승하며 대통령직을 가져갔다.
해리스는 이날 ‘디 애틀랜틱’에 게재된 자신의 저서 발췌문에서 “돌이켜보면 조 바이든과 (부인인) 질 바이든이 재선 출마 여부를 스스로 결정하도록 내버려둔 것은 무모함이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조와 질의 결정’이라고 우리 모두 최면에 걸린 듯 주문처럼 말했다”고 회상하며 “이는 개인의 자존심이나 야심에 맡겨질 선택이 아니었고, 개인적 결정 이상이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본인이 바이든에게 사퇴를 요구하기엔 백악관 사람들 중 “최악의(가장 어려운) 입장”에 있었다며 자칫 자신의 조언이 노골적인 야망, 불충으로 해석될까 걱정했다는 점도 털어놓았다.
바이든 참모진이 자신의 성공을 견제했다는 폭로도 나왔다. 해리스는 “여론조사에서 내 인기가 높아지자 바이든의 주변 사람들은 (그와 나의) 대조적인 모습이 부각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며 “내가 잘하면 그도 잘하는 것이라는 점을 아무도 이해하지 못했다”고 썼다. 이어 “바이든의 나이에 대한 우려를 고려할 때, 부통령으로서 내 가시적 성공은 필수적이었다”며 “나를 선택한 그의 판단력을 증명하고, 만약의 사태에 국가가 안전한 손에 있다는 안심을 주는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리스는 바이든의 참모진이 자신에 대한 지지를 보이지 않는 것에서 더 나아가 “나를 둘러싼 부정적 서사에 기름을 부었다”고도 비판했다. 과거 해리스가 중남미 이민자 문제 담당자로 지명됐던 것을 들어 공화당이 해리스를 ‘국경 차르’로 규정하고 비판했을 때, 바이든 백악관 공보팀의 누구도 해리스의 실제 업무가 무엇이었는지 반박하거나 설명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해리스는 2024년 7월 허리케인 피해를 입은 텍사스를 방문했을 때 휴스턴 호텔에서 바이든의 TV 연설을 들었던 일화를 공개하기도 했다. 그는 “좋은 연설이었지만 참모들이 나중에 지적했듯이 11분짜리 연설에서 나를 언급한 것은 9분이 지나서였다”고 서운함을 드러냈다.
해리스는 바이든의 쇠약함을 숨기려는 “큰 음모는 없었다”고 부인했다. 그는 “최악의 날에도 바이든은 ‘최고의 날의 트럼프’보다 더 해박하고 판단력이 뛰어났으며 훨씬 자비로웠다”고 전했다. 다만 “81세인 조는 지쳤고, 그때 나이가 신체적·언어적 실수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바이든 측은 즉각적인 논평을 내놓지 않았다. CNN은 “재임 기간과 그 이후 충성스러운 자세를 보여온 해리스가 전 상사(바이든)에 대해 보인 이례적인 비판”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해리스는 ‘107일’ 출간과 함께 영국과 캐나다를 포함해 15개 도시 투어를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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