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계기로 경주는 ‘역사문화도시’를 넘어 ‘세계와 미래를 함께 논의하는 도시’로 도약할 것입니다.”
주낙영(사진) 경주시장은 최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APEC 이후 경주를 ‘국제회의 복합지구’로 지정해 글로벌 기후총회나 세계문화포럼 같은 대규모 국제행사를 잇달아 유치하겠다”며 이같이 역설했다. APEC을 계기로 경주에 스위스 다보스포럼처럼 인류의 미래를 논의하는 장을 마련해 도시 브랜드를 키워나가겠다는 것이다.
APEC이 대한민국 국격이 걸린 행사인 만큼 주 시장은 준비 과정에서 빈틈없이 꼼꼼히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주회의장이 들어선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를 비롯해 만찬장, 정상급 숙소 등 핵심 시설은 1차 점검을 마쳤고, 국무총리실·외교부·문화체육관광부·경찰청 등과 협업해 부족한 부분을 하나씩 보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숙소는 보안·서비스·주변 경관까지 꼼꼼히 점검하고, 지역 숙박업계와도 협의해 품질을 표준화했다”며 “교통·경호·언론센터 운영도 총리실 전담팀(TF)을 중심으로 경북도, 경찰, 소방과 함께 리허설을 거듭하며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경주는 APEC을 계기로 미래 도시 청사진을 담은 ‘K-MISO CITY’ 비전을 선포했다. ‘혁신적이고(Innovative), 스마트하며(Smart), 개방적인(Open) 나의 도시(My City)’라는 의미를 담았다. 이와 관련해 황룡사 9층 목탑을 디지털 기술로 복원하고, 월성 유적을 확장현실(XR) 콘텐츠로 구현하는 한편 첨성대를 메타버스 공간으로 확장하는 등 전통유산과 첨단기술의 융합을 가속화하고 있다.
주 시장은 “경주는 단순히 유적을 보존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세계인이 체험할 수 있는 디지털 문화 콘텐츠로 재해석하고, 이를 글로벌 마이스(MICE) 산업과 연계해 경제·관광 파급효과를 극대화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천년 고도의 유산을 미래 언어로 번역해 세계와 소통하는 등 경주를 ‘과거의 도시’가 아닌 ‘세계의 미래를 함께 논의하는 도시’로 재탄생하겠다는 각오다.
주 시장은 경주가 모델로 삼을 만한 APEC 성공 개최의 대표적 도시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와 베트남 다낭을 꼽았다. 블라디보스토크는 2012년 APEC을 계기로 국제 항만도시로 성장했고, 다낭은 2017년 APEC 개최 이후 세계적인 휴양지로 자리매김했다.
주 시장은 “경주 APEC도 이들 도시처럼 도시의 위상을 재정의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신라 천년 수도의 유산과 현대적 인프라를 동시에 가진 경주는 APEC을 통해 ‘역사문화와 미래산업이 만나는 글로벌 도시 모델’을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확산한다”고 힘줘 말했다.
성공 개최를 위한 경주 시민들의 자발적 움직임도 활발하다. 경주는 2015년 세계물포럼을 비롯, 세계문화엑스포, 국제종교인대회 등 과거 대형 국제행사마다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이 행사 운영을 뒷받침하는 등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헌신해 온 경험이 있다. 주 시장은 “세계 정상과 대표단이 경주를 찾았을 때, 경험하는 첫인상은 바로 시민들의 미소와 환대”라며 “APEC의 성공 여부는 결국 시민들의 품격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미 자원봉사단과 통역봉사단이 조직돼 활동을 준비하고 있고 상가·택시·숙박업계를 중심으로 ‘친절 캠페인’이 확산 중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포스트 APEC’ 구상도 밝혔다. 주 시장은 “한 번의 행사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후속 프로그램을 어떻게 마련하는가에 따라 APEC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며 “역대 가장 성공적인 행사로 만들고 여세를 몰아 경주를 아시아·태평양을 넘어 세계 경제 성장과 번영에 이바지하는 핵심 거점으로 도약시키겠다”고 말했다.
경주시는 현재 경북도와 함께 경주 개최기념관과 기념공원 조성, 국제 경주포럼 개최, 미래 지원센터 건립, 국가 수소에너지 고속도로 건설, 남부권 한반도 통일 미래센터 유치 등 다양한 포스트 APEC 프로젝트를 검토 중이다. 소형모듈원전(SMR) 국가산업단지를 조성 중인 경주가 APEC을 통해 첨단 산업도시로 도약하겠다는 구상도 감추지 않았다.
주 시장은 “경주는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차세대 원전 산업의 거점 도시로 도약하고 있다”며 “APEC을 계기로 원자력·에너지 관련 국제 포럼과 기업 교류를 확대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넓히겠다”고 밝혔다. 또 “연료전지, 수소, 신재생 에너지 분야에서도 APEC 세션과 연계해 경주의 비전을 소개할 계획”이라며 “경주가 ‘역사문화도시’이자 동시에 ‘미래에너지 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전략적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답했다.
경주에는 황리단길 같은 젊은 감성 공간도 있다. 황리단길은 한옥과 전통가옥을 개조한 카페·공방·식당이 모여 독특한 풍경을 만들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젊은 층이 즐겨 찾는 ‘핫플’이 되고 있다. 이곳에는 상가 400여 곳이 입점했으며 해마다 꾸준히 확장하고 있다.
주 시장은 “세계 정상과 외신 기자들이 황리단길을 찾는다면, 그 자체가 최고의 홍보가 될 것”이라며 “APEC을 계기로 황리단길은 단순한 유행거리를 넘어, 경주의 역사와 청년 창업·문화 산업이 결합된 ‘글로벌 핫플’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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