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측근이자 우익 활동가인 찰리 커크가 총격으로 숨진 사건과 관련해 미 연방수사국(FBI)이 용의자 사진을 공개하고 거액의 현상금을 내걸었다.
FBI 솔트레이크 지부는 11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에 검은색 긴소매 티셔츠 차림에 모자와 선글라스를 착용한 남성의 사진 두 장을 게재하며 제보를 요청했다. 유용한 제보에는 최대 10만 달러(약 1억4000만 원)의 보상금이 지급된다.
수사 당국은 사건 직후 유타밸리대학 인근 숲에서 수건에 감싸진 소총을 발견했다. 해당 총기에서는 약실에 탄피가 남아 있었고 탄창에는 세 발의 실탄이 장전돼 있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경찰은 압수한 총기와 탄약을 분석해 범인의 신원과 범행 동기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당국은 총격범이 커크가 있던 야외 행사장 맞은편 건물 지붕에서 단 한 발을 쏜 뒤 곧바로 지붕에서 뛰어내려 주택가로 도주한 것으로 보고 있다. 보 메이슨 유타주 공공안전국장은 “용의자는 대학생 또래로 보이며 사건 당일 다른 학생들과 뒤섞여 있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테러’로 규정하며 “급진 좌파가 수년간 찰리와 같은 애국자들을 나치와 학살자들에 비유해왔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범행 하루가 지난 시점까지도 용의자가 검거되지 않아 동기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수사기관 관계자를 인용해 압수된 탄약에서 트랜스젠더·반(反)파시스트 성향의 문구가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총격은 커크의 비영리 정치단체가 주최한 토론회 도중 발생했다. 흰색 천막 아래에서 휴대용 마이크를 들고 청중과 질의응답을 하던 커크는 “지난 10년간 트랜스젠더 미국인 총기 난사범이 몇 명인지 아십니까?”라는 질문에 “너무 많다”고 답한 직후 총격을 당했다. 커크는 오른손으로 목을 붙잡으며 쓰러졌고, 왼쪽 목에서 대량 출혈이 발생했다. 현장에 있던 약 3000명의 관중은 비명과 혼란 속에 흩어졌으며 대학 경찰 6명과 커크의 경호 인력이 있었으나 참변을 막지 못했다.
우익 단체 ‘터닝포인트 USA’를 창립·이끌어온 커크는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맡아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에게 ‘대통령 자유의 메달’을 추서하겠다고 밝혔으며 JD 밴스 부통령은 솔트레이크시티를 방문해 유족을 위로할 예정이다.
밴스 부통령은 SNS에 올린 추모 글에서 “행정부 성공의 많은 부분이 찰리의 조직력에서 비롯됐다”며 “그는 단순히 2024년 승리를 이끈 것이 아니라 2기 행정부의 인적 구성을 도왔다”고 회고했다.
한편 커크는 슬하에 3세 딸과 1세 아들을 두고 있으며 부인 에리카 커크는 2012년 미스 애리조나 출신으로 대학 농구 리그(NCAA) 선수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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