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기운이 완연히 나타난다는 ‘백로(白露)’가 지난 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더위가 누그러들고 있다. 백로는 밤 기온이 이슬점 이하로 내려가 풀잎에 이슬이 맺히기 시작하는 절기다. 이러한 날씨 변화와 무관하게 온종일 헌신을 이어가는 이들이 있다. 어린이, 노인, 장애인 등 도움이 필요한 이들의 곁을 지키는 돌봄 노동자들이다. 특히 요양보호사는 인구 고령화가 가속화되는 한국 사회에서 그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요양보호사들은 신체 활동 보조부터 식사 지원, 정서적 교류에 이르기까지 노인 돌봄의 최전선에서 묵묵히 헌신한다. 문제는 노동 강도가 높아 육체적 부담이 큰 직종임에도 불구하고 종사자들의 연령대가 매우 높다는 점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통계에 따르면 작년 7월 기준 요양보호사의 66.1%가 60대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5년 전보다도 2.8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성별 구성을 살펴봐도 여성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고령의 여성 요양보호사들은 하루 종일 돌봄 업무를 수행하면서 무릎 통증을 포함해 다양한 신체적 부담을 호소한다. 이들에게 나타나는 대표적 질환은 ‘퇴행성 무릎관절염’이다. 무릎관절염은 관절 연골이 점차 닳고 손상되면서 통증과 염증, 변형을 일으키는 질환으로, 중장년층 이상 여성의 발병률이 높다. 폐경 이후 호르몬 변화로 인해 뼈와 관절의 약화가 가속화되고, 체중 부담과 반복적인 무릎 사용이 더해져 발병 위험이 높아지는 것이다. 어르신을 부축하거나 들어올려야 하는 데다 청소, 설거지 같은 생활 지원, 짐 나르기 같은 요양보호사들의 업무는 무릎에 지속적 하중을 안긴다.
퇴행성 무릎관절염은 단순히 관절 통증에 그치지 않고 일상 전반에서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계단 오르내리기는 물론 장시간 서 있기조차 힘들어지고, 심한 경우 관절 변형까지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요양보호사로 근무하는 도중 무릎 통증이 나아지질 않는다면 조기 치료가 필수적이다.
무릎 통증을 치료하는 방법은 매우 다양하다. 한의학에서는 침·약침, 추나요법, 한약 처방 등을 병행하는 한의통합치료로 증상을 호전시킨다. 침 치료와 약침 치료는 경직된 무릎 근육의 경혈을 자극해 혈액 순환을 촉진시키고 통증과 염증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추나요법은 관절염으로 인해 틀어진 신체 균형을 바로잡아 특정 부위에 비정상적으로 가해지는 압력을 해소하고 기능 개선에 기여한다. 한약은 뼈와 관절의 약화를 보완하고 회복력을 높여 관절의 강화와 퇴행화 방지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특히 한약재의 유효 성분을 추출·정제해 병변 부위에 직접 주입하는 약침 치료는 염증 완화와 조직 회복을 촉진해 무릎관절염 치료에 유용하다. SCI(E)급 국제학술지 '메디시나(Medicina)'에 실린 자생한방병원의 연구에 따르면 약침 치료는 일반 물리치료보다 통증과 기능 개선 효과가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3주간의 치료 전후 통증 변화를 살펴본 결과 약침치료군의 숫자평가척도(NRS) 수치가 절반 가까이 감소한 반면, 물리치료군은 큰 변화가 없었다. 무릎 기능과 전반적인 증상을 평가하는 골관절염지수(WOMAC) 역시 치료 전 두 군의 평균은 59.31점이었으나 치료 후에는 격차가 벌어졌다. 약침치료군은 43.02점으로 크게 개선된 반면 물리치료군은 56.18점에 그친 것이다. WOMAC는 무릎 통증과 뻣뻣함 등으로 겪는 활동의 어려움을 평가하는 척도로, 점수가 높을수록 일상생활이 힘들다는 것을 의미한다.
건강보험연구원은 2028년부터 전국적으로 약 11만 6000명의 요양보호사가 부족할 것으로 전망했다. 갈수록 늘어나는 사회적 수요에 비해 인력이 줄어드는 악순환이 예상되는 만큼, 요양보호사들의 건강 관리와 근로 여건 개선은 중요한 과제다. 지금 이 순간도 행복한 사회를 위해 따듯한 손길을 건네고 있을 돌봄 노동자들의 건강과 헌신을 한 번쯤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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