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정여울의 언어정담] AI 시대 글쓰기, 그래도 희망은 있다

작가

아이들은 사랑과 관심 필요한 존재

AI, 아무리 똑똑해도 공감 못 해줘

마음의 글쓰기 돕는 건 소중한 미션

정여울 작가




글쓰기 숙제를 내주면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이 챗GPT부터 검색해 보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도대체 글쓰기 교육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는 교사들이 많습니다. 여러 직종에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납니다. 전에는 힘들게 고민하고 공부해야 알 수 있는 것들을 인공지능(AI)이 쉽게 알려준다는 것 때문에 좌절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AI 때문에 글쓰기의 욕망이 사라진다거나 하는 일은 아직 일어나지 않습니다. ‘기계가 아닌 인간이 쓴 것, 오직 그 사람만이 쓸 수 있는 것’에 대한 열망은 오히려 더 커질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AI의 힘을 빌려 글을 써온다 하더라도, 그중에서 유독 마음을 울리는 일은 결국 인간의 글일 것입니다.

그런데 현장에서 글쓰기 수업을 해보면 ‘한 권의 책 완성하기, 작가 되기, 에세이 쓰기’ 등 타이틀은 계속 변해도 ‘진심으로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사람들의 마음은 변하지 않습니다. ‘끝까지 쓰는 용기’나 ‘감수성 수업’이라는 책으로 글쓰기 수업을 하면서 저는 글쓰기 수업에서만 느낄 수 있는 모종의 희망을 느낍니다. ‘어떻게 하면 글쓰기를 잘 할 수 있나요’라는 질문을 AI가 아니라 살아 있는 작가에게 물어보는 사람들에게서 ‘우리는 같은 고민을 하고 있구나’하는 뜨거운 연대감을 느낍니다.



작가들은 주로 책을 가져오신 분들에게 친필 사인을 해주는데 며칠 전에는 사랑스러운 16세 독자를 만났습니다. 매일 필기할 때 쓰는 아이패드에 사인을 해달라는 16세 소녀, 어쩐지 가슴이 찡했습니다. 소녀는 고백했습니다. “작가님처럼 되고 싶어요.” 그 말 속에 해맑은 진심이 전해져 ‘글쟁이 인생은 영 힘들단다’라고 평소처럼 뜯어말리지도 못했습니다. 아이들의 꿈을 지켜주는 어른이 되고 싶어서요.

가장 예민한 감수성이 피어오를 시기에 입시 교육에 찌들어 있는 고등학생들이 안쓰럽지만 그들과 함께 수업을 하다 보면 아이들이야말로 여전히 살아 있는 인간의 사랑과 관심이 필요한 존재들임을 깨닫게 됩니다. AI가 아무리 친절하고 똑똑하게 길을 알려준다 하더라도 함께 웃고 떠들며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우리들의 아날로그적 수업을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AI는 힘들 때 손잡아 주며 고민을 들어주는 친구의 찬란한 미소를, 그리고 따스한 저녁밥을 지어주는 엄마의 손길을 대신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우리는 바로 사회적 시선에 찌들지 않은 오직 나 자신의 목소리를 찾고 싶어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 간절함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야말로 글쓰기 선생이자 작가인 제가 할 수 있는 소중한 미션입니다. “작가님처럼 되고 싶어요”라는 소녀의 말을 잊지 않겠습니다. 오직 나로부터 우러나오는 글쓰기, 쏟아지는 정보에 현혹되기보다는 그냥 꾸밈없는 나의 마음과 지성을 믿는 글쓰기, 작은 나로부터 시작하며 마침내 크고 깊은 우리로 나아가는 공감의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