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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상식 벗어난 美 투자 압박, 협상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15일 미국과의 관세 협상 후속 협의를 위해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출국장으로 향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산 자동차에 대한 미국의 관세가 16일부터 인하되는 가운데 한미 관세 협상이 심각한 교착상태에 빠졌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15일 한미 관세 협상의 후속 논의를 위해 미국 방문 길에 올랐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이 ‘빈손’ 귀국한 지 하루 만이다. 양국은 7월 30일 미국이 대(對)한국 상호관세와 자동차 품목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대신 한국은 미국에 총 35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세부 투자 조건에 대한 미국 측의 무리한 요구에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협상 타결이 일본 등 경쟁국에 비해 과도하게 늦어질 경우 이미 ‘경고음’이 켜진 우리 기업의 대미 수출이 더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3500억 달러는 우리나라 외환보유액(4160억 달러)의 84%에 이르는데도 미국 측은 일본과 같은 ‘백지수표’를 요구하고 있다. 대출·보증이 아닌 직접투자 형식으로 3년 내 모두 마치고 투자처도 미국 뜻대로 정하겠다고 한다. 일본은 준기축통화국인 데다 경제 규모가 우리의 2.5배, 외환보유액은 3배 이상에 달해 사정이 다르다. 또 우리나라는 1년에 외환시장에서 조달할 수 있는 달러가 200억~300억 달러에 불과하다. 만약 미국 투자가 실패할 경우 한국은 제2의 외환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4일 조지아주 한국 근로자 구금 사태를 염두에 둔 듯 “다른 나라나 해외 기업들의 미국 투자 의욕을 꺾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미국 측도 한국 기업의 투자를 절실하게 원하고 있다는 얘기다. 정부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언대로 한미 관세 협상 과정에서 양국 간 이익 균형과 국익 극대화 원칙을 지켜야 할 것이다. 대미 투자 분야는 한국이 주도할 영역을 최대한 확보하고 한미 통화 스와프 체결, 비자 문제 등에서도 미국의 양보를 이끌어야 한다. 또 자동차·조선·철강 등의 한미 협력이 미국 제조업 부흥에 큰 도움이 될 것임을 적극 설파할 필요가 있다. 여의치 않다면 장기적인 호흡을 가지고 10월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에서 톱 다운식 담판을 시도해야 한다. 지금은 협상 속도보다 방향이 더 중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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