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79세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건강 이상설이 또다시 불거졌다. 이번에는 단순한 추측을 넘어 뇌졸중 전조 증상이라는 구체적 의혹이 제기되면서 그간 포착돼 온 건강 이상 징후들이 재조명되고 있다.
◇9·11 추모식서 포착된 ‘비대칭 얼굴’
이달 11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알링턴 펜타곤에서 열린 9·11 테러 24주기 추모식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오른쪽 얼굴이 왼쪽보다 처져 보이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팟캐스트 진행자 벤 마이셀라스는 “트럼프는 펜타곤 행사에서 매우 안 좋아 보였다. 얼굴이 심하게 처져 있었고 정신이 혼미해 보였다”고 증언했다.
코미디언 제러미 카플로위츠는 X(옛 트위터)에 “이 사람 100% 뇌졸중 맞는 것 같다”고 주장했고, 정책 자문가 애덤 코크런도 “얼굴 오른쪽을 제대로 제어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쪽 얼굴 처짐은 대표적인 뇌졸중 전조 증상으로 알려져 있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관련 의혹이 빠르게 확산됐다.
◇손등 멍·다리 절뚝임 등 잇따른 이상 증상
트럼프의 건강 이상 징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7월부터 공식 석상에서 그의 오른손등에는 커다란 갈색 멍이 반복적으로 포착됐다. 지난 8월 이재명 대통령과의 한미정상회담이나 뉴욕 양키스 선수단과 만남 자리에서도 같은 모습이 이어졌다.
백악관은 “빈번한 악수와 아스피린 복용으로 인한 경미한 연조직 자극”이라고 해명했지만, 의료 전문가들은 고령자에게 멍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 것은 혈관·혈소판 기능 이상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여기에 골프 카트에서 내릴 때 휜 다리로 절뚝이는 모습까지 더해지며 전반적인 건강에 대한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지난 7월 공개된 트럼프의 건강검진 결과는 ‘만성 정맥부전’이었다. 다리 정맥 내 판막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아 혈액이 고이는 질환으로, 70대 이상에서 흔히 나타난다. 숀 바바벨라 대통령 주치의는 “심부정맥혈전증이나 동맥 질환 증거는 없었고, 심장초음파와 혈액 검사도 정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단순 정맥 문제가 아닐 수 있다고 본다. 심장내과 전문의 버나드 애시비 박사는 CNN과 인터뷰에서 “비록 양성 진단이라 해도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심장이나 폐 압력 증가와 연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고령 대통령…전문가들 “종합 재검진 필요”
트럼프는 미국 역사상 최고령 취임 대통령이다. 전임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TV 토론에서 노쇠한 모습을 보이며 후보직에서 물러났던 것을 고려하면 트럼프의 작은 변화도 정치적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
트럼프는 건강 이상설이 불거질 때마다 “가짜 뉴스”라며 강하게 부인해 왔다. 주치의 역시 “트럼프의 건강 비결은 일”이라며 하루에도 여러 차례 회의와 공개 일정, 골프 등 활동적인 생활이 건강에 기여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백악관은 최근 불거진 뇌졸중 의혹에 대해서는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과거 손등 멍이나 다리 부종에는 즉각 해명을 내놓았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의료진은 얼굴 비대칭이 단순한 피로나 표정 변화일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고령자인 트럼프에게는 기존의 혈관 관련 증상들과 종합적으로 연관해 면밀한 관찰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미국 대통령의 건강은 단순한 개인 문제가 아닌 국가 안보와 직결된다. 1973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 이후 대통령 건강 상태 공개가 관행으로 자리 잡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