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기술이 날로 발전하면서 상용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16일 뇌융합연구단 성혜정 박사팀과 서울대학교 박성준 교수팀이 뇌에 삽입하는 전극 수명을 기존 1개월에서 3개월 이상 늘린 획기적인 코팅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기존의 기술인 신경 프로브는 실리콘 기반으로 제작돼 뇌에 삽입했을 때 주변 조직을 손상 시키거나 염증을 유발한다. 또한 하이드로겔 기발 표면 개질이 수 마이크론 두께로 두꺼워 신경 프로브의 기능 및 신호 품질을 떨어뜨린다. 코팅 두께도 일정하지 않아 대량 생산에도 한계가 있다.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딱딱한 실리콘 대신 유연한 플라스틱을 활용해 전극 표면에 100nm(10억 분의 1m) 두께의 특수 코팅을 입혔다. 이러한 기술은 기기의 내구성을 높이고 뇌 조직 손상도 줄이는 장점이 있다. 머리카락 굵기 정도로 가는 이 전극은 뇌 신경세포 활동을 실시간으로 기록할 뿐 아니라 약물 전달도 가능하다. 특히 코팅은 뇌척수액과 만나면 부풀어 올라 단백질과 면역세포의 부착을 막는데, 이는 염증과 흉터 생성을 억제하고 전극과 신경세포 간 접촉을 장기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실제로 연구진이 진행한 생쥐 실험에서 새 전극은 기존 전극보다 염증 반응을 60% 이상 줄였고, 신경세포 생존율은 85% 높였따. 또 시간이 지날수록 뇌 신호의 선명도를 나타내는 신호 대 잡음비(Signal-to-Noise Ratio, SNR)가 개선돼 장기간 안정적이고 신뢰성 있는 뇌 신호 측정이 가능했다. 성혜경 박사는 “이 기술은 치매, 파킨슨병 등 퇴행성 뇌 질환을 장기간 추적 연구할 수 있는 발판을 제공할 수 있다"며 “동시에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상용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심장 스텐트, 인공관절 등 다양한 이식형 의료기기의 안정성과 성능을 높일 수 있어 의료기기 산업 전반에도 파급효과가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후속 연구를 통해 재활 모니터링, 정신건강 관리, 뇌질환 진단 등 뇌 삽입 전극의 응용성을 평가하고 다양한 이식형 의료기기에 코팅 기술을 확대 적용해 산업적 가치를 높여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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