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지아주에서 7일 동안 구금됐다 풀려난 우리 국민 300여 명에 대해 외교부가 당시 인권 침해 상황이 있었는지 기업들과 함께 사실 여부를 파악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구금 피해자 중 한 명인 임신부가 당시 상황을 직접 증언했다.
16일 MBC 보도에 따르면 엔지니어로 일하다 구금된 임신부 김 모 씨는 미국 현지 공장에서 컴퓨터 작업 중 아무런 설명도 없이 연행됐다고 밝혔다. 김 씨는 배터리 장비 설치를 위해 B1 비자를 정식으로 발급받아 입국했으며, 업무를 마친 후 귀국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현장에서 이민당국에 체포돼 구금시설로 이송됐다.
그가 수감된 공간은 30명 이상이 함께 생활하는 수용실로, 변기 네 개와 세면대 세 개만 비치된 채 위생 상태가 심각하게 열악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화장실을 되게 힘들어 했다. 변기가 너무 개방된 곳에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임신 사실을 알렸지만 특별한 조치가 없었으며 히려 발작을 일으킨 여성을 방치하는 모습을 목격하면서 배 속 아이의 건강에도 위협을 느꼈다고 전했다. 그는 "정말 사람을 죽이겠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고 공포스러웠다"라며 "너무 놀라서 그런 건지 입덧을 안 하니까 아기가 잘못됐나 (싶었다)"고 했다.
이에 외교부 당국자는 “국민들이 구금시설로 이송돼 어떤 인권침해가 있었는지 등 전반적인 사실관계 확인을 진행할 것”이라며 “필요시 미 당국에 문제제기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문제에 대해 한미간에 근본적으로는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인식을 같이한다”며 “전화위복 계기로 삼기 위해서 이 문제와 관련된 여러 사례를 기록화하려고 하며, 미측과의 여러 계기에 이 문제를 꺼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미국 이민당국이 유사한 사건에서 법적 책임을 인정하고 배상에 나선 전례도 있다. 2018년,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테네시주의 한 공장에 무장 이민단속반이 들이닥쳐 97명의 남미계 근로자가 무더기로 체포됐다. 이들은 체류 여부에 대한 확인도 없이 곧장 구금시설로 이송됐고 이후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사건은 공장주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근거로 직원들을 무차별 연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미국 이민당국은 3년 간의 법정 공방 끝에 117만 달러(약 16억2000만원)를 배상하기로 합의했다. 당시 단속 과정에서 피해자들이 최대 14시간 구금됐던 점도 부적절한 조치로 인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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