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의 ‘탈(脫)원전 시즌 2’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신규 원전 건설이 필요하다는 소신을 밝혔다. 김 장관은 16일 “(11차 전기본에서 정한) 대형 원전 2기와 소형모듈원전(SMR) 1기 건설은 (계획대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산업용 전기요금이 (몇 년 새) 60% 가까이 올랐다”며 “중국보다 1.3~1.4배 비싸고 미국과 비교하면 말할 것도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원전은 짓는 데만 15년이 걸리기 때문에 추가 원전 착공은 현실성이 없다”고 말했다. 김 장관이 국정 최고책임자와는 결이 다른 발언을 내놓은 셈이다. 값싼 원전을 놔두고 비싼 재생에너지 확충에만 속도를 내다가는 전통 제조업의 경쟁력이 위협받고 첨단 전략산업 육성도 어렵다는 절박함 끝에 나온 발언일 수 있다.
17일 서울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정부는 이 대통령 공약 사항인 ‘햇빛 연금’ 추진을 위해 ‘햇빛 소득 마을’ 시범단지를 연내 10개 선정하고 5년 뒤 500개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정부 소유 농지나 저수지 위에 태양광발전 설비를 설치하고 수익을 지역 주민들과 나누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태양광·풍력의 발전 단가는 원전의 3배가 넘는다. 한전이 인위적으로 비싸게 사줘야 유지되는 구조다. 이는 한전 적자로 쌓이고 전기요금 상승 압력을 높이게 된다. 이 대통령도 지난달 “전기요금이 오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하지만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겠다고 전기료를 인상한다면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유럽 등 주요국들은 신규 원전 건설을 서두르거나 탈원전 정책을 철회하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 확대로 전력 수요가 폭증하는 상황에서 탄소중립 로드맵을 달성하려면 친환경 에너지원인 원전 외에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원전을 중심에 놓고 재생에너지로 보조하는 에너지믹스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이미 치솟은 전기요금 때문에 철강·석유화학 산업의 생산·투자 활동이 위축되고 설비를 해외로 옮기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신규 원전은 원전 생태계 유지와 수출 확대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하다. 산업부의 에너지 분야를 환경부로 넘기는 정부 조직 개편안은 국회 논의 과정에서 재검토하는 게 맞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