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준금리가 실효하한선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양적완화(QE) 등 비전통적 통화정책으로 경기 부양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신 대출지원제도(FFL) 등 준재정 정책 수단이 더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18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의 국제통화기금(IMF)에서 ‘한국의 통합정책체계(IPF) 여정:실효하한금리(ELB) 시대의 도전과 대응’을 주제로 진행한 강연에서 이같이 밝혔다.
ELB란 중앙은행이 내릴 수 있는 금리 하한선을 말한다. 최근 한은은 인구 고령화로 인해 우리나라의 실질금리가 하락하고 있어 기준금리가 실효하한에 근접하거나 도달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 경우 중앙은행이 금리를 추가로 내려도 경기 부양 효과는 제한적이다.
이 총재는 “ELB 상황에서 인도네시아 등 일부 신흥국은 국채를 직접 매입하는 QE, 스위스 등은 대규모 외환시장개입(FXI) 등을 통해 대응했다”며 “하지만 우리나라는 기축통화국이 아닌 점, QE는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점에서 리스크가 있어 적용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FFL이 효과적이라고 소개했다. FFL은 중앙은행이 민간 금융기관에 저금리 자금을 공급해 이들이 신용 채널을 통해 특정 부문에 자금을 지원하도록 하는 정책 수단이다.
이 총재는 “지난해 12월 예상치 못한 계엄 선포 당시 금리 인하를 보류하고 FFL을 통해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에 선별 지원했다”며 “중앙은행이 추가로 활용할 만한 정책 수단”이라고 말했다. 이어 “물론 사후적인 통화·재정정책보다는 ELB 상황 자체를 예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한은이 노령층 고용시장 확대, 이민정책 등 장기 성장과 관련된 구조 개혁까지 연구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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