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음식에서 바퀴벌레가 나와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넣은 자영업자가 군의회 의장으로부터 직접 "일 크게 만들고 싶지 않으면 지금이라도 사과하라"는 내용의 전화를 받은 사실이 전해져 논란이 일고 있다.
18일 전파를 탄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양평군에서 사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최근 직원 5명과 함께 중식당에서 배달 음식을 주문해 먹던 중 그릇에서 바퀴벌레를 발견했다.
곧장 항의 전화를 건 A씨에게 식당 직원은 “사람이 하는 일인데 그럴 수도 있지 않냐. 미안하다”고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사장 역시 음식값 전액 환불을 제안하면서도 “채소에서 바퀴벌레가 종종 나온다. 한번 와라. 직원들 다 같이 오면 내가 대접하겠다"며 사건을 무마하려 했다.
그러나 A씨는 “지난번 머리카락이 나왔을 때도 우린 환불을 안 받았다. 하지만 바퀴벌레는 넘어갈 수 없다”며 인당 20만 원씩 총 100만 원의 보상금을 요구했다. 식당 측이 "100만 원은 힘들다. 신고하고 싶으시면 하라"고 거절하자 A씨는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접수했다. 이후 식당 측은 "50만 원에 합의하자"며 다시 연락해왔다.
합의 일정을 조율하던 중 A씨는 주말 저녁 모르는 번호로 걸려온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발신인은 황선호 양평군의회 의장이었다. 황 의장은 자신이 식당 사장으로부터 억울하다는 민원을 받아 전화를 걸었다고 설명했다. A씨는 "담당 부서가 따로 있지 않나. 이건 직권 남용 아니냐"고 항의했고, 황 의장은 “저는 군의원이고 군민의 대표로서 전화를 드린다. 군민들이 저를 뽑아주지 않았냐. 저는 대의 기관"이라고 주장했다.
통화 이후 황 의장은 문자메시지로 “일 크게 만들고 싶지 않으면 지금이라도 사과드리라”는 내용까지 보냈다. A씨가 “음식에서 바퀴벌레가 나와 민원을 넣은 제가 왜 사과해야 하냐"고 반발하자, 황 의장은 자신이 어릴 적부터 해당 식당 단골이고 사장과 친분이 있어 연락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A씨는 '사건반장'에 “저도 양평에서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어 혹시 불이익이 생길까 무섭고 떨렸다”고 토로했다. 논란이 커지자 황 의장은 “친한 지인이 운영하는 곳이라 소상공인이 어려운 와중에 진위 파악을 위해 연락했다”며 “환불까지 받은 것으로 들었고 제가 개입한 게 잘못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관할 보건소의 위생점검 결과 해당 식당에서 문제가 발견돼 과태료 처분이 내려졌다. A씨는 “합의금은 받을 생각이 없다”면서도 “황 의장이 사적 친분으로 합의에 개입했다”며 경찰에 고발할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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