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근로감독·산업안전 분야 7급 국가공무원 공채에 1만 2000명이 몰리며 경쟁률이 24.6대 1을 기록했다. 정부가 근로감독관 500명을 추가 선발하며 인력 확충에 나섰지만 고용노동부 안팎에서는 승진 적체와 신규 임용 포기 사태가 잇따르며 조직 내 혼란이 커지고 있다.
인사혁신처는 지난 15~19일 원서접수를 마감한 결과, 500명 선발에 총 1만 2290명이 지원했다고 21일 밝혔다. 행정직군 경쟁률은 47.1대 1, 과학기술직군은 9.6대 1이었다. 특히 행정직(일반행정)은 91명 선발에 6147명이 몰려 67.5대 1로 가장 치열했다. 과학기술 분야에서는 공업직(화공)이 11.4대 1을 기록했다.
지원자 평균 연령은 30.7세로 나타났으며, 20대가 53.5%(6575명)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어 30대 35.1%, 40대 9.7%, 50대 이상 1.6% 순이었고 여성 비율(51.6%)이 남성보다 높았다.
하지만 채용 확대와 달리 현장 분위기는 싸늘하다. 올해 9급 공채를 통해 고용노동부에 배치된 합격자 249명 중 61명(24.5%)이 이미 임용을 포기했다. 불과 1~2명에 그쳤던 과거와 비교하면 이례적인 수치다.
현직 근로감독관들은 인력 증원보다 ‘승진 적체’ 해소와 보상 체계 개편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한 감독관은 “윗기수가 4년째 승진을 못 하는 상황에서 또 7급을 대거 뽑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며 “차라리 일을 그만두고 다시 시험을 보겠다는 직원들까지 생기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직원은 “사람만 늘린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성과와 난이도에 맞는 보상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현장에서는 최저임금 수준의 실수령액, 강도 높은 민원 대응, 승진 불확실성 등이 맞물려 버티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쏟아진다. 수도권의 한 근로감독관은 “현장 난이도에 맞는 보상 신호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이번 대규모 증원은 지난 6월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에서 비롯됐다. 대통령은 당시 “근로감독관과 산업안전보건감독관이 현장에서 실질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증원 방안을 검토하라”고 주문했다. 이에 고용부는 현재 3100명 수준인 근로감독관을 2028년까지 1만 명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내년도 예산안에는 인건비 1300억 원이 추가 반영됐다. 이는 최근 3년 평균 증가율의 6배가 넘는다.
하지만 전임 정부에서도 대규모 충원이 진행된 바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 매년 수백 명씩 근로감독관을 늘렸지만, 오히려 ‘승진 병목’ 현상이 심화됐다. 경험 부족으로 인한 “엉터리 감독이 늘었다”는 불만도 이어졌다. 고용부는 이번 증원에 대해 “현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밝혔지만, 승진·보상 체계 개선에 대해서는 여전히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한편 근로감독·산업안전 7급 공채 1차 시험은 오는 11월 15일 서울·부산 등 5대 도시에서 치러지며, 최종 합격자는 12월 17일 발표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