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개인투자자들이 미국 반도체 업종 조정을 예상하며 고위험 인버스 상품에 대거 베팅했지만 반도체 랠리가 이어지면서 손실 위험이 커지고 있다.
23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간(9월 15~22일) 개인들은 ‘디렉시온 세미컨덕터 베어 3X(SOXS)’를 6892만 달러(약 960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이는 미국 상장 ETF 순매수 상위 7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SOXS는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를 일일 성과 기준으로 -3배 추종하는 상품이다. 반도체 업종이 오르면 손실이 3배로 확대되는 구조로 인버스 특성상 단기 변동성이 매우 크다. 같은 기간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약 4.5% 상승했다.
서학개미들은 아이온큐 인버스 ETF(IONZ)와 테슬라 인버스(TSLZ)도 같은 기간 각각 6915만 달러(약 963억 원), 3266만 달러(약 455억 원) 사들이며 개별 기술주 하락에도 베팅했다. 두 상품은 각각 미국 양자컴퓨팅 기업 아이온큐와 전기차 기업 테슬라의 주가 상승을 역으로 2배로 추종하는 ETF다. 개인 투자자들은 최근 반도체주를 비롯한 기술주 전반의 단기 급등세가 과도하다고 판단하고 조정 국면 진입에 베팅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정작 뉴욕 증시는 연일 반도체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전일(현지 시간)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1.57% 상승한 6330.12에 마감했다. 특히 엔비디아가 3.97% 급등하며 사상 최고치 수준으로 거래를 마쳤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도 상승 마감했다. 국내 반도체주도 훈풍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이날 발표되는 ‘마이크론’의 4분기 실적이 반도체 시장의 새로운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월가에서는 마이크론의 주당순이익(EPS)이 2.87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42% 급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업체들의 주가는 펀더멘털을 기반으로 연일 아웃퍼폼 중”이라며 “단기에 주가가 이를 반영한 만큼 기간 조정이 있을 수 있겠지만 강한 수요를 간과하기는 어렵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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