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잉이 한국을 ‘미래 항공우주 산업의 핵심 파트너’로 치켜세우며 투자 확대를 내걸었다. 그러나 대부분 국내 협력사로부터 단순 부품을 구매하는 것에 그쳐 시장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윌 셰이퍼 보잉코리아 사장은 24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보잉 파트너십 75주년’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은 보잉의 미래에 있어서 핵심적인 파트너”라며 “지난해 한국에서 3억 2500만 달러(약 4533억 원)를 투자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투자액의 대부분은 대한항공,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한화 등 국내 협력업체로부터 부품을 구매한 금액에 해당한다. 보잉 측은 올해 투자를 50%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언급했으나 이 역시 항공기 생산 증가에 따라 늘어나는 부품 구매량에 기반한 것이다. 올해 1~8월 보잉의 상용기 인도 대수는 385대로 전년 동기(258대)보다 49.2% 증가했다.
더욱이 국내 업체가 보잉에 투입하는 금액은 상대적으로 훨씬 크다. 대한항공은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 발맞춰 103대의 차세대 보잉 항공기 구매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총 362억 달러(약 50조 5000억 원) 규모로 대한항공 역사상 최대 주문에 해당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보잉이 한국에 공장을 지었거나 연구개발(R&D)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한 것도 아니다”라며 “단순 부품 구매를 투자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보잉은 한국에 항공기 제조 시설 없이 ‘보잉코리아기술연구센터(BKETC)’만을 두고 있다. 현재 이곳에는 100여 명의 엔지니어 인력이 배치돼 있는데 내년까지 20% 증원을 계획하고 있다는 게 보잉코리아 측 설명이다.
셰이퍼 사장은 “저희는 한국에 기술연구센터를 보유하고 있지만 보잉의 제조 시설은 직접적으로 두고 있지 않다”며 “그렇기 때문에 한국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제조 기술 역량을 갖춘 여러 기업들과 함께 공동 개발·생산을 통해 긴밀한 파트너십을 이어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에 보잉은 한국의 스마트 팩토리, 인공지능(AI), 디지털 트윈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해 공급망을 고도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셰이퍼 사장은 “한국 기업들은 AI를 활용해 생산 시스템의 최적화·자동화를 이뤄냈는데 저희도 이를 배워 항공기 생산에 적용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한국항공우주산업(KAI)·한화 등 국내 업체와 방산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KAI·한화·LIG넥스원 등과는 F-15K 전투기 개발과 관련해 항전 장치·비행 제어 시스템 등을 공동 개발했고 아파치 헬기의 동체 제작은 KAI가 맡고 있다.
셰이퍼 사장은 “한국 정부는 2027년까지 방산 4대 수출국을 목표로 방산 수출을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한국 방산 업계와 긴밀한 협업을 통해서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여러 국가로 수출할 수 있는 유용한 신기술을 함께 개발하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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