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정부·대통령실이 정부 조직 개편의 핵심 사안 중 하나이던 금융정책·감독 기구 재편 방안을 돌연 철회했다. 당정대는 25일 정부조직법 개정안에서 금융위원회 정책·감독 기능 분리와 금융소비자보호원 신설 등을 골자로 한 금융 당국 개편 내용을 제외한 수정안을 마련해 국회에 상정했다. 패스트트랙(신속 처리 안건) 지정까지 불사했던 금융 감독 체계 개편에서 물러선 것은 금융 당국 내부의 거센 반발과 금융 불안 우려 등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민의힘은 검찰청 폐지 등 정부 조직 개편 전반에 강력 반대하며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비롯한 쟁점 법안들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대응에 나섰다.
당정이 당초 추진한 금융 당국 개편안은 금융위를 사실상 해체해 금융 감독 정책 기능을 맡을 금융감독위원회로 개편하고 금융정책 기능은 신설되는 재정경제부로 이관하는 내용이 골자였다. 금융감독원에서 금융소비자보호원을 분리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조직 비대화를 막고 금융소비자 보호에 집중한다는 취지였지만 금융정책·감독 기능을 4개 기관으로 쪼개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컸다. 그런데도 당정은 국정 운영의 근간을 바꾸는 정부 조직 개편을 의견 수렴도 없이 무리하게 밀어붙이다가 갑작스러운 번복으로 정책 혼란과 불신만 자초한 꼴이 됐다. 개정안에 담긴 나머지 정부 조직 개편안의 막대한 후유증 우려도 여전하다. 검찰청을 없애고 전력·에너지 정책을 기후환경에너지부에 맡기는 것은 국가 사법 체계와 미래 에너지 수급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기획재정부의 예산 기능을 총리실 산하 기획예산처로 이관하면 ‘재정의 정치화’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야당의 필리버스터에도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여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정부 조직 개편과 같은 중차대한 문제마저 전문가 의견 수렴이나 여야 합의 절차 없이 ‘속도전’으로 밀어붙이는 입법 독주와 정책 번복이 앞으로도 반복된다면 국민의 신뢰와 동의를 얻기 어렵다. 당정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은 ‘더 더 센 상법’, 주4.5일 근무제 도입을 위한 실노동시간 단축 등 국민 생활과 직결되는 입법마저 ‘졸속’으로 귀결되지 않도록 충분한 숙의와 국민적 합의 과정을 밟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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