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교육부 장관이 다음 대입 개편까지 수능과 내신의 절대평가 전환을 준비하겠다고 밝히자 교육계가 술렁이고 있다. 절대평가는 교육계의 오랜 화두였다. 2017년에도 수능 절대평가를 일부 과목만 할지 전 과목을 할지 격론이 있었으나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이듬해 공론화 위원회로 넘겨졌고 결국 상대평가 유지와 정시 비율 확대로 귀결됐다.
교육적으로는 절대평가가 지극히 옳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수능과 내신이 모두 상대평가인 나라는 한국뿐이다. 그럼에도 상대평가가 유지된 이유는 비교육적임에도 불구하고 지역·계층 할당의 사회적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지금껏 대입 논쟁은 사실상 선발권 다툼이었다. 합격에 있어서 수능 점수가 기준이면 국가가 대입 선발권을 갖는 것이고, 내신이 결정적이면 학교가 사실상 선발권을 갖는 것이며, 면접·논술 변별력이 결정적이면 대학이 선발권을 갖는 것이다. 한쪽 변별력이 약화되면 다른 쪽이 강화된다. 그런데 모두 선발권인 전형 비율만 논쟁할 뿐 시험이 뭘 평가해야 하는지 논의는 뒷전이다.
선발과 평가는 다르다. 누가 선발권을 갖든 평가되는 시험이 바뀌지 않으면 교육의 여러 근본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현 수능과 내신이 절대평가가 돼도 시험 문제 종류가 같으면, 시험 대비 문제집이 같고, 길러지는 능력도 같으며 인공지능(AI) 시대에 백전백패할 인재 양성도 같다. 절대평가로 다소 경쟁이 완화된다 해도 시대가 요구하는 역량을 길러주지 못하면 그 교육은 무책임하다. 이미 영어와 한국사가 절대평가가 됐지만 상대평가 때와 시험 형태가 같아서 길러지는 능력에 차이가 없다. 예컨대 영어 국가교육과정에는 말하고 쓰기를 가르치고 평가하라고 쓰여 있다. 그러나 수능이나 내신에서 말하고 쓰기는 제대로 평가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상대평가 때나 절대평가 때나 수능과 내신에서 1등급을 받아도 영어 말하고 쓰기가 편하지 않다. 평가되지 않는 능력은 제대로 길러지기 어렵다.
국가교육과정에서 기르고자 목표한 역량을 제대로 평가하는 방법론으로 2019년부터 국제바칼로레아(IB)가 공식 도입됐다. 6월 현재 12개 시도교육청이 도입해 IB 관심학교 449개교, 후보학교 118개교, 인증학교 49개교가 운영 중이다. IB는 우리 교육과정 내용을 반영하되 평가가 뚜렷하게 다른 국제공인 대입시험 및 교육 프로그램 시스템이다. 정해진 정답 맞히기가 아니라 교과 지식에 학생의 생각·관점·관심사를 결합한 탐구 기반 사고력의 완성도를 평가한다. AI 시대의 필요 역량으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데다 공립 IB 학교 졸업생들의 대입 실적도 우수하다 보니 전국적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시행 초기 우려도 실제 경험한 교사·학생·학부모가 늘면서 점차 해소되고 있다.
수능·내신 절대평가가 또다시 실패하지 않으려면 AI 시대에 어떤 능력을 평가할 것인지 먼저 정해야 한다. 시험이 IB처럼 바뀌면 현 대입 전형 구분이 무의미해져서 2017년 같은 소모적 논쟁이 불필요해진다. 대입 개편의 성패는 ‘누가 뽑느냐’의 전형 논쟁보다 ‘무엇을 평가하느냐’의 본질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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