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사설] 화재로 멈춘 국가전산…또 땜질 처방 땐 ‘대재앙’

28일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현장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가 소화수조에 담긴 배터리를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 본원 화재로 대한민국 행정 시스템이 멈춰 서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국정자원이 운영하는 대국민 행정 서비스 관련 647개 업무 시스템이 멈추면서 정부 업무 전산망인 ‘온나라시스템’이 먹통이 됐다. 국민 일상과 밀접한 무인 민원 발급기와 주민등록증 발급, 정부24 등도 마비됐다. 인터넷 우편 서비스와 우체국 예금·보험은 중단됐고 모바일신분증 발급이 안 돼 병원·여객터미널에서도 혼란이 빚어지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28일 비상대책회의에서 “신속한 정부 시스템의 복구와 가동, 국민 불편 최소화에 집중하라”고 지시했다.

이번 사태는 ‘정보기술(IT) 강국’ 대한민국이 단 한 번의 화재에 얼마나 취약한 사회로 전락할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줬다. 우리나라는 2019년과 2023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디지털정부 평가에서 2회 연속 종합 1위를 차지했지만 이번 화재로 디지털 선도국 명성은 무색해졌다. 세계 최고 ‘디지털정부’를 구현하겠다는 행정안전부의 올해 목표도 입에 올리기조차 민망한 상황이 됐다. 행안부는 국정자원 내 디지털안전상황실을 중심으로 행정 서비스 장애에 신속 대응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정작 국정자원에서 화재가 발생했으니 할 말이 없게 됐다.



국가전산을 멈춰 세운 이번 사태는 재난에 대비해 국가 주요 시설을 이원화하지 않고 사고 대응 체계도 갖추지 못했다는 점에서 인재(人災)라고 볼 수밖에 없다. 특히 화재의 원인이 2022년 카카오 먹통 사태를 빚은 SK C&C 데이터센터 화재 때와 마찬가지로 리튬이온 배터리였다는 점은 뼈아프다. 정부는 화재 참사가 벌어질 때마다 범정부 대책을 내놓았지만 ‘구멍투성이’ 땜질 처방만 마련했다가 제2, 제3의 유사 사고를 자초했다. 국가전산은 화재는 물론 테러·해커 공격으로도 치명적 타격을 입을 수 있고 국민 일상과 산업 전반에 대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 데이터센터는 개인정보 보호는 물론 국가 안보와도 직결되는 만큼 극단적 위기 상황까지 고려한 전방위적 방지책과 다각적인 제도 정비에 나서야 한다. 정치권도 화재 원인과 책임을 놓고 ‘네 탓’ 공방만 벌일 때가 아니다. 국가전산망 마비를 초래한 이번 사태를 겪고도 근본 대책 마련 없이 넘어간다면 다음에는 상상을 초월한 대재앙을 맞을 수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