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기금 투자가들이 코스닥 시장에서 반도체 소부장 종목을 대량으로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인공지능(AI) 산업 발달에 따른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증가와 더불어 최근 공급 부족으로 범용 D램 가격이 급등하며 반도체 기업 주가가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기금 등’으로 분류되는 국내 연기금 투자가들은 9월 한 달 동안 코스닥 시장에서만 2500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올 들어 최고 기록인 1월 한 달 2280억 원어치 순매수 기록을 뛰어넘었다.
거래소가 ‘연기금 등’으로 분류하는 매매 주체에는 국민·공무원연금, 우정사업본부와 같은 연기금과 이들의 자금을 위탁받아 운용하는 자산운용사, 보험사 등 다른 기관투자가가 포함돼 있다.
올 7월과 8월 두 달 연속 코스닥 시장에서 순매도를 기록했던 연기금 투자가들의 마음을 돌린 건 반도체다. 실제 9월 코스닥 순매수 상위 10종목 중 7종목이 반도체 소부장 기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8월 한 달 동안 디어유(376300), 와이지엔터테인먼트(122870), JYP 엔터테인먼트(JYP Ent.(035900) 등 엔터 업종이 순매수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AI 반도체 호황에 더해 7년 만에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도래하자 대형 반도체 기업들과 함께 소부장 기업들의 주가도 덩달아 들썩이고 있다. 코스닥 상장 기업의 경우 올해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갈아 치우는 동안 상대적으로 소외당한 탓에 주가 상승 폭이 더 컸다. 코스닥 순매수 1위 종목인 테크윙(089030) 주가는 9월 한 달 동안 80% 폭등하며 같은 기간 삼성전자(005930)(20.37%)와 SK하이닉스(000660)(29.19%) 주가 상승 폭을 크게 앞질렀다. 이외에도 순매수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ISC(095340)나 솔브레인(357780) 주가도 같은 기간 30% 넘게 급등했다. 반도체 전공정 장비 생산 기업 테스도 주가가 9월 한 달 동안 40% 넘게 올랐다.
시장 전문가들은 올 3분기 국내 반도체 기업의 실적이 기대된다고 말하며 상승 추세 지속을 점쳤다. 메리츠증권은 이날 국내 반도체 시장 분석 보고서를 내고 “현재 시장 추세의 핵심은 ‘실적’”이라며 “반도체를 포함해 기존 주도주였던 AI 하드웨어를 중심으로 실적 전망의 우상향이 이어질 수 있는 환경에서 시장 추세를 의심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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